공민왕 왕비 노국공주 와 영국사
홍건적의 침입으로 송도를 빼앗긴 고려 공민왕은 피난 길에 올랐다. 왕비인 노국공주는 물론 조정의 육조 대신들과 함께 남으로 내려오던 공민왕 일행이 충청북도 영동군 양산면을 지날 때였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범종소리가 울려왔다. 왕은 행차를 멈추게 하고 말에서 내렸다.
해질녘 인적 드문 계곡에 메아리치는 범종소리는 마음이 착잡한 공민왕을 더욱 숙연케 했다. 국청사에서 울려나오는 범종소리였다.
공민왕은 대각국사가 주석했던 국청사에 가서 위기에 처한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평안을 기도하기로 하였다. 국청사를 갈려면 큰 강을 건너야 하므로 양쪽 강가에 누대를 세우고 밧줄로 임시다리를 놓아 강을 건넜다. 이 일로 인하여 누대를 높이 세우고 다리를 놓았다 하여 지금도 이 강마을을 누교리라고 부르며 또 육조대신이 쉬었다 하여 육조골이라 부른다.
국청사에 도착한 왕은 옥새를 왕비에게 맡긴 후 공민왕은 왕비가 보고플 때면 언제든지 가서 만날 수 있도록 해놓은 후 육조 대신들과 함께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왕비도 처소에서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다. 공민왕도 왕비도 육조 대신 그리고 신하들까지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 밤 왕비의 꿈에 대각국사가 나타났다. 「 중전마마의 극진하신 기도에 부처님께서 감동하시어 오랑캐를 물리쳐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대왕마마와 중전마마께서는 북쪽 오랑캐가 쳐들어온 곳을 바라보시면서 염주를 한 알씩 돌려 주십시오」
대각국사는 정중히 아뢰고는 왕비의 손에 염주를 들려 주었다. 왕비는 북쪽을 바라보며 염주를 돌리니 염주를 돌릴 때마다 홍건적이 북쪽의 구름 속으로 튕겨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느덧 홍건적이 다 물러가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왕비가 왕의 손목을 잡는 순간 꿈에서 깨었다.
기도를 마친 왕이 돌아오자 왕비는 간밤 꿈 이야기를 왕에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왕은 기뻐하였다. 그 길로 공민왕은 정세운을 총지휘관으로 삼고 홍건적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날 일제히 적을 공격하여 홍건적을 물리쳤다.
난이 평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공민왕은 한없이 부처님께 감사드렸다. 왕은 국청사 부처님의 도움으로 나라의 태평함과 백성의 편안함을 기원했다하여 절 이름을 국청사에서 영국사로 바꾸도록 하고는 친히 편액을 써서 내렸다. 그 후 왕비가 거처하던 봉우리는 옥새를 무사히 보관한 곳이라 하여 옥새봉이라 불리우고 있다.
영국사는 충북 영동군 양산면 누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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