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이옥설(理屋說) - 집 고치기

박남량 narciso 2016. 6. 23. 12:36


이옥설(理屋說) - 집 고치기

이규보(李奎報 1168-1241)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家有頹廡不堪支者, 凡三間, 予不得已悉繕理之. 先是, 其二間爲霖雨所漏寢久, 予知之, 因循莫理, 一間爲一雨所潤, 亟令換瓦. 及是繕理也, 其漏寢久者, 欀桷棟樑皆腐朽不可用, 故其費煩. 其經一雨者, 屋材皆完固可復用, 故其費省. 予於是謂之曰: “其在人身亦爾. 知非而不遽改, 則其敗已不啻若木之朽腐不用. 過勿憚改, 則未害復爲善人, 不啻若屋材可復用. 非特此耳, 國政亦如此. 凡事有蠹民之甚者, 姑息不革, 而及民敗國危, 而後急欲變更, 則其於扶起也難哉, 可不愼耶"

집에 오래 지탱할 수 없이 퇴락한 행랑채 세 칸이 있어서, 나는 부득이 그것을 모두 수리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그 중 두 칸은 비가 샌 지 오래되었으나, 나는 그것을 알고도, 망설이다가 미처 수리하지 못하였고, 다른 한 칸은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기와를 갈았다.

그런데 수리하려고 보니, 비가 샌지 오래된 것은 서까래•추녀•기둥•들보가 모두 썩어서 못 쓰게 되었으므로 경비가 많이 들었고, 한 번밖에 비를 맞지 않은 것은 재목들이 모두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경비가 적게 들었다.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람의 몸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잘못을 알고서도 빨리 고치지 않으면 몸이 나쁘게 되는 것은 나무가 썩어서 못 쓰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고, 잘못이 있더라도 고치기를 꺼려하지 않으면 해를 받지 않고 다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집의 재목이 다시 쓰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의 정치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일에 있어서, 백성에게 심한 해가 될 것을 망설이다가 내버려두면, 백성이 못 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하게 될 것이다. 그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면, 그때는 붙잡아 일으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글은 고려의 문신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시문집(53권 13책)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이옥설(理屋說)이란 글입니다.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돌베개 1998)>에서 이옥설(理屋說)을 우리말로 <집 고치기>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퇴락한 행랑채의 수리 과정이 첫째 문단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둘째 문단으로, 셋째 문단은 나라의 정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 즉 집을 고치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수필 설(說)로서 사람이나 나라나 모두 잘못을 알고 바로 고치지 않으면 패망하게 됨을 유추해 그린 작품입니다. 헌 집을 고치는 일을 망설이다가 더 큰 비용을 들여 고치는 우(愚)를 범하였다는 실생활의 체험에서 인간 삶의 이치와 정치의 도리를 깨우치고 있는 글입니다.

작은 잘못이라도 그것을 알고 미리 고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하여 더 큰 문제를 안게 된다는 교훈을 시사하고 있는 고전 수필입니다. 잘못을 미리 알고 고쳐 나가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