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어중간함을 이르는 고사성어 비승비속(非僧非俗)
조선 명종 때의 예언가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 1509-1571)의 격암유록(格庵誘錄)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36년간 강점하였고 단삼(短衫)과 촉대(燭坮)바지를 입고 와서 농지개혁을 한답시고 설쳐대는 모습 등이 예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중일전쟁을 일으켜 처음에는 승승장구하지만 결국에는 미국에 패해서 망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예언하였다. 격암유록(格庵誘錄) 말초가(末初歌)에 있는 구절이다.
尺山度地三角天 (척산도지삼각천) 分州合郡處處 (분주합군처처)
非僧非俗哀此物 (비승비속애차물) 無君無父何處生 (무군무부하처생)
燭坮 短衫 (촉대 단삼) 似人不人 (사인불인)
삼각대로 산을 측량하고 땅을 재며 곳곳에다 행정구역을 나누고 합하겠구나
승려도 아니요 속인도 아닌 이 애처로운 물건들은 임금도 없고 아비도 없는 어디에서 생긴 것들인가
촉대바지에다 짧은 소매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사람 같으나 차마 사람으로 볼 수 없네
유교사상으로 예의범절이 있었던 우리나라에서 그 당시에 일본사람들의 몰지각한 모습과 행동거지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언하였다. 일제시대에 단발령으로 긴 머리를 짧게 잘라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애처로운 이 물건은 임금도 없고 부모도 없으니 어느 곳에서 태어났는가. 줄이 서 있는 양복바지와 짧은 소매 적삼옷을 입혀 놓으니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이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은 승가(僧家)의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말이다. 스님들 중에는 말년을 비승비속(非僧非俗)으로 산 스님들이 많았다.
승속(僧俗)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자재하고 파격적인 삶 앞에서는 ‘비승비속(非僧非俗)’ ‘반승반속(半僧半俗)’이 갖는 어정쩡함도 일시에 불식됐다.
승가(僧家)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비승비속(非僧非俗)이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이란 똑 부러지게 살아가지를 못하고 승려도 아니고 속인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사는 얼치기 출가승을 빗대어 비하(卑下)하는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어중간함을 이르는 말이다.<꽃사진: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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