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의기(意氣)는 하늘을 찌르고 늙어도 아직 지조는 잃지 않았다

박남량 narciso 2013. 6. 13. 11:04


의기(意氣)는 하늘을 찌르고 늙어도 아직 지조는 잃지 않았다




중국 후한 말기의 정치가이자 군인인 조조(曺操)는 무인임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무척 사랑하여 건안(建安)문단의 후원자가 되는 한편 그 자신도 전쟁 때 창을 메고 누워 유유히 시를 읊었다고 황삭(横槊)의 시인이라고 불렀다.

건안(建安) 12년 여름부터 약 반 년 동안에 걸쳐 조조는 장성(長城) 북동쪽에서 세력을 떨치던 이민족인 오환(烏桓)을 정벌했다. 낙양(洛陽)에서 멀리 원정한 이 싸움은 고전의 연속이었다. 조조는 이 싸움에서 개선한 후 전쟁을 테마로 하여 낙양의 북서쪽 문을 가리키는 하문을 걸어나오며 부르는 노래라는 긴 시를 지었다.

영원한 거북은 장수한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죽는다.
하늘을 달리는 뱀은 구름과 안개를 잘 타지만 끝내는 재가 되고 만다.
늙은 병마는 마구간에 누워 있어도 뜻을 천리에 두고
장부(丈夫)는 만년이 되어도 뜻을 잃지 않는다.
목숨의 길고 짧음은 하늘만이 정하는 것은 아니다.
심신의 수양에 힘쓰면 장수를 누릴 수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나의 원대한 뜻을 마음껏 구가할 수 있으니.[松本一男/에세이 삼국지]

조조가 지은 하문(夏門)을 걸어나오며 부르는 노래라는 시의 일부이다. 하문(夏門)을 걸어나오며 부르는 노래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싯귀는 오늘날에도 회갑연 등에 자주 인용되고 있다. "과거의 준마(駿馬)는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천리를 달릴 뜻을 잃지 않았고, 장부(丈夫)의 의지는 아무리 늙어도 쇠퇴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의지가 하늘을 찌르고 늙어도 뜻을 잃지 않는 영웅의 심경이 잘 표현되어 있지 않은가. 이해인 수녀의 '어느 노인의 고백'이란 시를 생각한다. "하루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중략).....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중국 건안(建安)시절의 노인들과 현재의 노인들이 이렇게 다를까? 누가 만들었을까? 왜 이렇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