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
우리는 살면서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데 기억해야 할 것과 잊어야 할 것을 혼동해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만 실제 우리는 그것을 거꾸로 할 때가 많습니다.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은 물에 새겨 금방 잊어 버리고 마음속에서 버려야 할 일은 돌에 새겨 두고두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모래와 돌'이라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한 번 느껴보았으면 합니다.
두 사람이 사막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중에 문제가 생겨 서로 다투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뺨을 때렸습니다. 뺨을 맞은 사람은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모래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뺨을 때렸다."
오아시스가 나올 때까지 말없이 걸었습니다. 마침내 오아시스에 도착한 두 친구는 그곳에서 목욕하기로 했습니다. 뺨을 맞았던 친구가 목욕하러 들어갔습니다. 늪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때 뺨을 때린 친구가 그를 구해주었습니다.
늪에서 빠져나왔을 때 이번에는 돌에 이렇게 썼습니다.
"오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의 생명을 구해주었다."
그를 때렸고 또한 구해준 친구가 의아해서 물었습니다.
"내가 너를 때렸을 때는 모래에댜가 적었는데, 왜 너를 구해준 후에는 돌에다가 적었지?"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누군가가 우리를 괴롭혔을 때 우리는 모래에 그 사실을 적어야 해. 용서의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지워 버릴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나 누군가가 우리에게 좋은 일을 하였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돌에 기록해야 해. 그래야 바람이 불어와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테니까."
용서는 모래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 새길수록 아름다운 글입니다. 은혜를 마음에 새기면 고마움이 남아 누구를 만나도 무슨 일을 만나도 즐겁기 마련이지만 마음에 원수를 새기고 나면 그것은 괴로움이 되어 마음속에 쓴 뿌리를 내리게 됩니다. 득어망전(得漁忘筌)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고기를 다 잡고나면 고기를 잡는데 필요했던 통발은 잊고 그냥 돌아간다는 뜻으로 도움을 받은 후 그 은혜를 잊어 버리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필요할 때는 소중히 쓰고는 필요하지 않으면 함부로 하여 잊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도랑 건너고 지팡이 버린다는 말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받은 것은 가슴에 새겨두세요. 미움은 물처럼 흘러 보내고 은혜는 황금처럼 귀히 간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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