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바다가 된 누각짓는 일터
고려 의종의 유흥은
심해져 갈 뿐 그칠 줄을
몰랐다.
정자와 누각을 지으면서 백성들의
괴로움은 생각지도 않고 수많은 인부를
동원하여 식사 제공도 하지 않은 채
역사를
시켰다.
그런
까닭에 부역에 참여한
백성은
일은 열심히 하지
못하고
그저
시간만 보내는
상태였다.
이렇기 때문에 공사가 진척되지
않고
세월만
흘러갔다.
한 농부가 집안이
가난하여
점심을 가져 와 먹을 형편이
못되어
점심 때가 되면
남이 먹는 음식이나 바라볼
뿐이었다.
인심이 후했던 당시
일꾼들은
이 가난한 농부를
동정하여
여러 사람이 자기 밥그릇에서
조금씩
나누어 함께 식사를 하도록
권했다.
그 농부는 너무나 감격하여
그 은혜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십시일반으로 여러사람이
조금씩
나누어 점심을 얻어 먹게
되었다.
여러 날 점심을 얻어 먹은
농부는
자기의 부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이 고마운 이에게 보답할 일을
의논하니
걱정만 앞설
따름이었다.
남편이 일터로 나간 새
그녀는 모든 것을
팔아가지고
음식을 장만하여 일터로
나갔다.
남편은 아내가 음식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벼울 줄 알았던 음식광주리가
묵직하여
떡과 술 고기반찬까지 들어
있었다.
같이 일하는 일꾼들을
불러모아
내가 여러분에게 신세진 빛을
갚게
되었다면서 나누어
먹었다.
농부는 자기 집의 형편과 음식을
비교해
보며 천만 의외라는 듯 넋을 잃고
부인에게
물었다.
우리 집 형편이 어려운데 이런
음식은
어디서 얻어
왔느냐?
서방질을 하여 얻어 온
음식이냐?
훔쳐 온 음식이냐 등등 의심을
하였지만
아내는 아무 소리 않고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의심이 풀리지 않은 남편은
분노마져 떠
올랐다.
농부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당신이
남에게 신세진 것을 하도
걱정
하길래 어떻게라도 당신의 걱정을
덜어
드리기 위해 내 머리를 잘라
판돈으로
음식을 장만했지요라고
설명하였다.
그제서야
남편이 아내를 다시
쳐다보니
아내의 머리 위에는 수건이 푹
씌워져
있었다. 아내가 그 수건을
벗으니
과연 그 머리는 까까머리가
아닌가.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일꾼들도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농부의
눈에서는
더욱 뜨거운 눈물이 그칠 줄
몰랐으며
부인도 역시 흐느껴
울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역시
흐느껴
누각를 짓는 일터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농민들의 고충은 염두에 두지
않고
연못과 누각을 지어 유흥장소를
만드는
데만 급급하니 의종의 정사는
부패의
도가 점점 심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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