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 1758- ? )의 유곽쟁웅(遊廓爭雄)의 유곽이란 기생집을 말합니다. 기생집 앞에서 싸움이 벌어진 광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의 제목대로 해석하면 '유흥가에서 영웅을 다투다'가 되는데 초가집 서울의 골목길에서 영웅이 아니라 수컷 즉 사내들의 다툼이 맞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질서 잡힌 것처럼 보이는 사회도 그림과 같은 흐트러진 모습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혜원(惠園) 신윤복(申潤福)이 그러한 사회의 뒷모습을 그림으로 남겨놓은 것이 아닐까요.
주먹다짐이 막 끝난 모습입니다. 왼쪽의 허트러진 상투머리에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싸움에서 진 것 같습니다. 가운데 버티고 윗자락이 벗겨진 채 여태 분이 덜 풀렸는지 시근벌떡거리고 서 있는 사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벗어던진 옷을 다시 입고 있는 자세입니다. 뜯어말리는 사람도 부산합니다. 노란 초립을 쓰고 푸른 속옷 위에 붉은 철릭을 걸친 사내는 방망이를 들고 제지하고 있습니다. 기방을 관리하는 별감입니다. 오른쪽 사내는 친구의 둥근 갓 양태(凉太=笠簷)와 위로 솟은 부분을 칭하는 대우(帽屋)가 떨어진 것을 주워 들고 있는 모습이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불그스레 하고 싸움에 진 사람과 한바탕 뒹굴었는지 옷이 흙투성이가 되어 있습니다.
오른쪽 사내가 들고 있는 흑립(黑笠)은 대우(帽屋)라고 하고 입첨(笠簷)을 양(凉) 또는 양태(凉太)라 일컫습니다. 대우(帽屋)와 양태(凉太)를 싸는 포, 사, 모를 싸개라 하는데 귀천, 상하에 따라 싸개에 차별을 두어 입(笠)의 등급을 표시하였습니다. 흑립(黑笠)은 조선 중기에 그 양식이 갖추어졌습니다. 대우(帽屋)와 양태(凉太)로 되어 있어 간단하나 대우(帽屋)의 높고 낮음 그리고 양태(凉太)의 넓고 좁음에 여러 변천이 있었습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장죽을 들고 있는 여인은 기생입니다. 큰 가체머리를 한 기생은 싸움의 결과에는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긴 담뱃대를 물고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여인이 치마를 걷어올려 속옷이 드러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치마 아래로 단속곳과 발목으로 좁아져 내려가는 홑바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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