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혜산(蕙山) 유숙(劉淑)의 화외소거(花外小車 꽃 너머 작은 수레)

박남량 narciso 2019. 1. 5. 11:03


우리 미술관 옛그림


혜산(蕙山) 유숙(劉淑 1827-1873) 화외소거(花外小車 꽃 너머 작은 수레)


 

혜산(蕙山) 유숙(劉淑 1827-1873)은 산수, 도석인물, 풍속, 화조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화풍(畵風)은 김정희(金正喜 1786-1856)파의 남종문인화풍을 따랐으나 진경산수화, 풍속화, 화조화에서는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선 말기의 회화풍토와 경향을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화가의 한 사람인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은 혜산(蕙山) 유숙(劉淑 1827-1873)의 화외소거(花外小車)입니다. '꽃 너머 작은 수레'라는 뜻입니다. 중국 북송(北宋) 때 이야기입니다. 햇빛 반짝이는 어느 봄날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찬한 유학자이자 정치가인 사마광(司馬光 1019 -1086)이 자신의 별서(別墅 별장)에서 시호(諡號)가 강절(康節)인 소옹(邵雍 1011-1077)이란 선비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술상 위의 안주가 다 식었습니다. 소옹(邵雍)은 저녁 시간이 다 되도록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성격 좋은 사마광(司馬光)은 바람을 맞았는데도 화를 내지 않고  소옹(邵雍)이 꽃구경하느라 약속 시간을 잊은 거라 생각하였습니다. 소옹(邵雍)의 못 말리는 꽃 사랑은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입니다.


꽃에 취한 선비와 그를 탓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인 친구가 있어 생긴 에피소드입니다. 사마광(司馬光)은 화를 내는 대신 약소요부부지(約邵堯夫不至 약속한 소요부는 오지 않네)라는 시(詩)를 한 편 짓습니다.


淡日濃雲合復開(담일농운합부개)
碧嵩淸洛遠縈回(벽숭청낙원영회)

林間高閣望已久(임간고각망이구)
花外小車猶未來(화외소거유미래)

옅은 해 짙은 구름에 가렸다 다시 열리고
푸른 숭산 맑은 낙수 저 멀리 둘러 있네
숲 속 높은 누각에서 바라본 지 오래건만
꽃 밖에서 작은 수레는 아직도 오지 않네


검소했던 소옹(邵雍)은 꽃을 보러 나들이할 때는 작은 수레를 타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은 소옹(邵雍)이 행차하는 것을 수레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란한 바퀴 소리로 소옹(邵雍)이 오는구나 여겼던 것입니다. 花外小車猶未來  꽃 밖에서 작은 수레는 아직도 오지 않네라는 시의 마지막 귀절로 유숙(劉淑 182)이 '꽃 너머 작은 수레(花外小車)'라는 화제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한 노인이 작은 수레를 타고 꽃구경을 하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어찌나 꽃을 좋아했던지 봄가을이 되면 꽃구경 가는 재미로 살았다. ‘화외소거(花外小車)’는 소옹(邵雍)이 꽃구경 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소옹(邵雍)은 동자가 미는 작은 수레에 앉아 꽃을 감상하느라 넋이 나갔다. 턱을 높이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언덕 위에 핀 매화 너머 다른 꽃을 찾는 듯합니다. 매화는 잎사귀 없이 꽃부터 피는 매화나무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선으로만 그렸습니다. 단단한 바위는 부드럽게, 부드러운 매화는 거칠게 그리는 역설의 힘으로 ‘화외소거(花外小車)’는 이제 막 잠이 깬 초봄의 변화가 만져질 듯 실감납니다. 소옹(邵雍)은 꽃에 취해 자주 약속을 잊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