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수선화와 그릇>

박남량 narciso 2019. 1. 11. 12:27

우리 미술관 옛그림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수선화와 그릇>



조선 말기의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수선화와 그릇'이라는 제목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입니다.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몹시 가난하여 의탁할 곳이 없다가 수표교(水標橋) 부근에 살고 있던 역관(譯官) 이응헌(李應憲)주 01)의 집에 기식하면서 어깨너머로 글 공부와 원(元)·명(明) 이래의 명적(名蹟)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역관(譯官) 출신으로 한성판윤(漢城判尹)을 지낸 변원규(卞元圭)의 집에서 지냈고, 조선말기 유명한 정치가이자 서화가인 오경석(吳慶錫)의 동생인 오경연(吳慶然)의 집에 출입하며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화풍을 직접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수선화(水仙花)와 그릇(器皿)'이라는 그림의 위쪽에는 손잡이가 달린 청동화로가 놓여 있고, 아래쪽엔 거꾸로 뒤집힌 연적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밤과 배, 뿌리째 뽑힌 수선화(水仙花)와 난초(蘭草)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수선화(水仙花)를 엷은 색으로 채색해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그에 비해 청동화로는 먹으로만 그리고 명암을 표현해 묵직한 입체감을 주었습니다.

그림을 위아래로 소재를 배열하여 장식적이고 재미있는 화면으로 구성했습니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 역시 제각기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청동화로는 제사에 쓰이던 것으로 강한 힘을 가진 권력을 상징합니다. 연적은 벼루와 함께 학문과 벼슬을 뜻합니다.

수선화(水仙花)는 김홍도나 신윤복, 정선의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꽃입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주도 수선화(水仙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수선화(水仙花)는 김정희의 꽃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 수선화(水仙花)가 가지고 있는 상징이나 의미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단지 길상(吉祥)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출세의 꽃으로 말입니다.

난초는 우리의 속담에도 나옵니다. 난초꽃이 번창하면 그 집에 식구가 는다는 말이 있고, 꿈에 난초가 대 위에 나면 자손이 번창하고, 난초꽃이 피면 미인을 낳는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난초를 기르면 집안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난초그림을 집안에 걸어두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