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치바이스의 <연꽃과 개구리>

박남량 narciso 2016. 9. 19. 13:00


우리 미술관 옛그림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  <연꽃과 개구리>



가난한 시절 치바이스(齊白石 1864-1957)는 글공부에 목말랐다. 그의 손재주를 눈여겨 본 스승 후친위안(胡沁園)이 조각칼 대신 붓을 쥐어줬습니다. 스승은 "네 실력이면 그림 팔아서 글을 배울 수 있겠다." 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후친위안(胡沁園)이 타계하자 치바이스(齊白石)는 회고하였습니다. "그 어르신은 은사일 뿐만 아니라 내 평생의 지기였다. 길고 긴 이별을 고하니 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스승의 영전에서 치바이스(齊白石)는 생전에 후친위안(胡沁園)이 칭찬해준 그림 20여 점을 분향하듯 불살랐다.

<연꽃과 개구리> 때는 가을 폭염 속에 짙푸름을 뽐내던 연잎은 시절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홍빛 연꽃은 가 버린 여름을 짝사랑했는지 여지껏 단심(丹心)입니다. 연밥은 농익어 건드리면 '톡' 하고 구를 것 같습니다. 개구리 세 마리가 그 아래서 머리를 바짝 치켜든 채 회담 중입니다. 그들은 한 시절 울어 예며 잘 보냈지만 다가올 가을살이가 걱정입니다. 손철주의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의 '치바이스의 향내'를 인용하였습니다. 철이 바뀌면 꽃은 열매가 됩니다. 올챙이는 개구리가 됩니다. 마음이 따사로운 화가가 인사를 알고 천문을 읽습니다. 94세 노인 화가의 눈에 미물들은 정겹습니다.

'치바이스의 향내'는 계속 이어집니다. 치바이스(齊白石)는 선홍색, 갈색, 노란색, 회색, 검은색, 연녹색을 죽 펼쳐놓으며 사연 많은 생물의 기억들을 일깨웁니다. 살의 순환도 계절의 무상함처럼 영고성쇠의 가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추억은 지워지지 않아 뒤에 올 사람을 따뜻하게 쓰다듬습니다. 시골뜨기 목수 출신 화가 치바이스(齊白石)의 그림에서 피어오르는 향내는 추억의 고슨내입니다.





인생이 그림 같다 / 손철주 / 생각의 나무 /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