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모정풍류(茅亭風流)>

박남량 narciso 2016. 9. 17. 11:49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모정풍류(茅亭風流)>



절벽과 폭포를 배경으로 한 풍치 좋은 띠지붕 정자에서 양반이 기생을 거느리고 풍류를 즐기는 광경을 그린 그림입니다. 전면상으로 꽤 크게 그려져 있는 선비가 고을 원님인지 장죽을 빼 물은 모습이 당당합니다. 눈에 띄는 것이 갓끈입니다. 갓끈은 갓을 머리 위에 고정시키기 위해 턱 밑에 매는 용도였습니다. 그러다 점차 장식적 효과를 중시하게 되어 조선시대 상류층 남성들이 가슴 밑으로 길게 늘어뜨려 멋을 내는 장식품이 되었습니다.

갓을 쓰게 되면 갓끈을 턱밑에서 고정시킨 후 내려 늘어뜨리는 게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보석이나 대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할 경우 그냥 장식으로 가슴 밑까지 내리고 따로 검을 헝겊끈으로 고정시켰다고 합니다. 흑립(黑笠 아래그림)의 입영(笠纓)은 3품 이상의 경우 금옥(金玉)을 사용하였고, 전립(戰笠)의 경우 당상관은 자립(紫笠)에 패영(貝纓), 당하관은 흑립(黑笠)에 패영(貝纓)을 사용하였다가 초영(梢纓)이 사용되었습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옥석(玉石), 번옥(燔玉) 및 마노 등으로 만든 갓끈은 당상관 이상에게만 허용하고 향리에게는 옥(玉), 마노는 물론 산호, 수정으로 만든 것조차 금했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림에서 한 선비가 장죽을 빼 물은 전면상으로 꽤 크고 점잖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옆 기둥에 가려진 인물은 옹색하게 배치하고 있어 구실아치가 아닐까 합니다. 선비를 마주한 기생은 뒷모습으로 크게 그려졌으나 다른 기생은 좀더 작은데 한국 전통악기 중에서 유일한 화음악기인 생황(笙簧)을 불고 있습니다. 정자 아래는 모시고 선 통인 등 관속들이 보입니다. 왼쪽의 나무들은 소나무와 활엽수를 그려 놓았습니다. 붉은 잎이 진 것을 보면 가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