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최북의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박남량 narciso 2016. 11. 4. 10:58


우리 미술관 옛그림

최북(崔北 1712-1760)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최북(崔北 1712-1760)은 남이 흉내내지 못할 기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림을 팔아 가며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금강산(金剛山) 구룡연(九龍淵)에서 천하의 명사가 천하의 명산에서 죽는 것이 마땅하다고 외치며 투신하였으나 실패한 일도 있습니다. 그는 특히 산수와 메추리를 잘 그려 최산수(崔山水) 또는 최순(崔鶉)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어쭙잖은 세도가가 자신의 붓솜씨를 트집잡고 그림을 요구하자 자존심에 못이겨 제 눈을 찔러 거부의사를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그림 필아 술 마신 날 겨울 눈구덩이에 쓰러져 얼어죽었습니다.

최북(崔北)의 별호로 칠칠(七七)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인 북(北)을 반으로 쪼개서 지었다는 설과 최북(崔北)이 죽었을 때의 나이가 49세인데 이때 죽을 것을 알고 칠칠(七 x 七 = 49)로 정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최북(崔北)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문인 신광수(申光洙 1712-1775)는 최북가(崔北歌) 즉 취북을 노래함에서 화가의 어려운 처지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최북이 장안에서 그림을 팔고 있는데
평생 오두막 한 칸에 사방 벽이 비었구나
문 닫고 온종일 산수를 그리고 있으니
유리안경 하나에 나무필통 한뿐이구나."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은 글자 그대로 눈보라 치는 밤 집으로 돌아가는 나그네를 그렸습니다. 당나라 유장경(劉長卿)의 시(詩)에서 마지막 구절을 취해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을 그렸습니다. 몰아치는 눈보라에 산도 길도 나그네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치고 나간 듯한 화가의 필치는 그림 밖으로까지 광풍이 몰아치는 흉흉한 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나무가 휘어질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밤길을 지팡이 짚은 나그네가 걸어갑니다. 예상치 못한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에 개가 뛰쳐나와 짖고 있습니다. 내려앉을 듯 쓸쓸한 초가집 앞 나무들도 광풍이 몰아치는 눈보라 때문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나무가 흔들릴 때마다 찬바람이 불어대고 먼 산은 어둠 속에 형체만 남기고 있습니다.

유장경(劉長卿)의 <눈을 만나 부용산에 머물며(逢雪宿芙蓉山)>라는 시(詩) 입니다.

日暮蒼山遠(일모창산원)
天寒白屋貧(천한백옥빈)
紫門聞犬吠(자문문견폐)
風雪夜歸人(풍설야귀인)

날은 저물고 푸르른 산은 먼데 / 차가운 하늘 눈 덮인 집이 쓸쓸하네 / 사립문에 개 짖는 소리 들리고 / 눈보라 치는 밤 나그네는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