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시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박남량 narciso 2016. 10. 31. 14:43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시(金禔 1524-1593)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



양송당(養松堂) 김시(金禔 1524-1593)는 조선시대 사대부 출신의 문인화가입니다. 그는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예술 세계에 빠져든 끝에 삼절이라는 명성을 얻게 됩니다. 삼절의 의미는 시와 글씨와 그림 이 세가지에 모두 뛰어났다는 의미와 당시대의 명필인 한석봉(韓石峯 1543-1605)과 문장가 최립(崔岦 1539-1612) 그리고 그림에 있어서는 김시(金禔)가 꼽혔다는 의미입니다.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는 동자가 당나귀를 끄는 그림이란 뜻입니다. 왼쪽 아래에서부터 뻗어올라간 늙은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먼 산이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릿한 가운데 산자락 한 끝이 튀어나와 불쑥 이마를 내민 듯한 배경입니다. 화면 아래쪽에는 냇물 위로 통나무 다리가 가로놓여 있습니다.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동자가 당나귀를 이끌어 시내를 건너려고 하는데 서로 줄다리기를 하듯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동자와 당나귀 간의 실랑이는 단번에 우리의 눈기를 사로잡으며 그림 보는 맛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동자는 고삐를 힘껏 당기며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당나귀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엉덩이를 뒤로 뺀 채 앞발로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동자가 힘에 부치는 모양입니다. 고집스러운 당나귀 쪽으로 오히려 동자가 끌려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러다가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동자와 당나귀의 익살스런 다툼에도 이들을 둘러싼 수려한 산수 풍경은 그림의 품격을 높여 주고 있습니다. 둘의 힘겨루기 모습을 늙은 소나무가 젊잖게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당나귀를 타고 갈 선비가 보이질 않습니다. 선비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