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월하취생도(月下吹笙圖)>

박남량 narciso 2016. 11. 7. 12:51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월하취생도(月下吹笙圖)>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월하취생도(月下吹笙圖)>는 말 그대로 달빛 아래 생황을 부는 그림입니다. 한 사내가 파초 위에 웅크리고 앉아 생황을 불고 있습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카락, 정강이를 드러낸 옷매무새에서 취기가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앞에 놓여 있는 두 개의 두루마리 족자와 먹이 걸쳐진 벼루 하나 그리고 방바닥에 가지런히 놓인 두 자루의 붓으로 추정하면 이 사내는 화가인 듯합니다.

깊은 달밤 방안에 쏟아지는 달빛의 애잔함을 이기지 못하고 붓 대신 술잔을 기울인 모양입니다. 한 동이의 술독과 비워진 술잔이 저 멀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술을 다 비우고 생황을 잡아 불고 있는가 봅니다. 취기를 타고 북받쳐 오르는 심경을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겠죠.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제발(題拔)은 이 사내의 심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청(淸) 나라 때 만든 전당시(全唐詩)책에 실린 8세기 당나라 시인 나업(羅鄴)의 생황시(笙篁詩)의 일부입니다.
김홍도(金弘道)가 나업의 시를 좋아하였나 봅니다.  송하취생도(松下吹笙圖)에도 나업의 시 일부가 제발(題拔)로 그려져 있습니다.

"月堂淒切勝龍吟(월당처절승룡음)  용의 울음보다 처절하게 월당을 울리네"

당나라 시인 나업(羅鄴)의 생황시(笙篁詩) 입니다.


筠管參差排鳳翅(균관삼차배봉시)  月堂淒切勝龍吟(월당처절승룡음)  
最宜輕動纖纖玉(최의경동섬섬옥)  醉送當觀灩灩金(취송당관염염근)
緱嶺獨能征妙曲(구령독능정묘곡)  嬴台相共吹清音(영대상공취청음)
好將宮征陪歌扇(호장궁정배가선)  莫遣新聲鄭衛侵(막견신성정위침)


봉의 날개같이 들쭉날쭉 대나무관  둉의 울음보가 애절하게 월당을 울리네
섬섬옥수 가볍게 움직이리니  취하여 드리는 넘실대는 술잔을 보시라
구령에서 홀로 묘한 곡조 잘 하였고  영대에서 함게 맑은 소리 불었다지
궁징의 음조로 부채노래 짝하기 좋으니  낯선 소리로 어지러운 정위음악 만들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