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이수문(李秀文)의 <묵죽도(墨竹圖)>

박남량 narciso 2017. 2. 16. 12:2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이수문(李秀文 1403-?)  <묵죽도(墨竹圖)>



이수문(李秀文 1403-?) 은 그 동안 우리나라 미술사에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던 화가입니다. 한참 활동할 젊은 나이에 일본에 건너가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그의 대나무 그림 화첩(墨竹畵冊)이 발견됨으로써 그가 조선의 화가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화첩을 그린 게 스물 두 살 때(1422년)라고 적혀 있으니 그의 천재적 솜씨가 자랑스럽니다.  永樂甲辰二十有二歲次於日本國來渡 北陽寫 秀文 영락갑진(1424년) 스물두 살 되던 해 일본국에 건너가 북양에서 그렸다. 이에 의하여 그가 22세 때인 세종 6년 대나무 그림 화첩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대나무 그림 화첩(墨竹畵冊)은 모두 열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마지막 장에 永樂甲辰二十有二歲次於日本國來渡 北陽寫 秀文 관지(款識)가 있으며 수문(秀文)이라는 양각방인(陽刻方印)이 찍혀 있습니다. 수문(秀文)의 대나무 그림의 특징은 대나무 줄기와 잎이 극히 가늘고 잎의 길이가 내나무 크기에 비해서 무척 긴 것 등입니다. 그리고 보통 문인묵죽화(文人墨竹畵)에는 대기(大氣)나 안개의 느낌을 표시하지 않는데 수문(秀文)의 그림에는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습니다.


묵죽도(墨竹圖)는 조선 초기 대나무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대나무 줄기는 지극히 가는 데 반해 잎은 크고 깁니다. 중국의 대나무 그림과는 색다른 조선 화가의 개성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나부끼는 대나무 사이에 어린 달과 바위틈을 비집고 움트는 죽순을 보시면 잔잔하고 고요하면서도 서늘한 맛을 주는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