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의 귀거래도(歸去來圖)

박남량 narciso 2019. 3. 12. 14:41


우리 미술관 옛그림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 귀거래도(歸去來圖)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화풍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호방하고 활달하여 격조 면에서 보다는 기량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의 순수한 예술정신과 작품세계는 빈약할 뻔했던 조선 말기 회화사를 풍성하게 살찌웠습니다. 이 그림은 중국 진(晋)나라의 도연명(陶淵明 365-427)이 팽택(彭澤)의 수령이라는 관리생활에 염증을 느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며 자신의 심정을 읊은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 대목을 그려낸 그림입니다. 바로 귀거래도(歸去來圖)입니다.

장승업(張承業)이 그려 낸 아름다운 풍경은 이렇게 설명되는군요. 도연명(陶淵明)이 뱃머리에서 바라본 고향집의 소나무는 늙은 둥치를 사립문 옆에 기대어 서 있고 황국은 삿자리 울타리 밑에 무더기로 피어있습니다. 배를 타고 고향집 강가 나루에 지금 막 도착하는 도연명(陶淵明)을 마중 나온 하인은 공손히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여 반가움을 표합니다. 물오른 연두빛 버드나무 사이엔 고향집이 아른거리고, 대문 옆 담장 위에는 수탉이 주인을 맞이하듯 멋지게 올라앉아 있습니다.

열린 사립문을 통해 집안으로 시선을 옮기면 정갈하게 정돈된 방안이 보이고 집 뒷편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습니다. 주인없이 닫혀 있던 서재도 활짝 열려 갑(匣) 속의 서책과 초록 비단으로 감싼 현금(弦琴)이 반쯤 드러나 주인을 반기는 향저(鄕邸)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내고 있습니다. 바람맞은 버드나무의 물기 어린 생생한 모습이나 이 같은 경치와 사물(景物)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도연명(陶淵明)의 이야기를 담은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습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시간적으로 순차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원으로 돌아가려는 결심, 고향에 돌아와 편안함을 느끼며, 전원생활의 즐거움, 세속의 삶과 전원생활을 대조하였으며, 자연에 몸을 맡긴 생활과 자신의 인생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첫대목입니다.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 奚惆悵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자, 돌아가자. /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舟遙遙以輕颺 (주요요이경양) /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 載欣載奔 (재흔재분) / 僮僕歡迎 (동복환영) / 稚子候門 (치자후문)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 松菊猶存 (송국유존) / 携幼入室 (휴유입실) / 有酒盈樽 (유주영준) /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