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심사정(沈師正 1707-1769) <하마선인도(蝦蟆仙人圖)>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하마선인도(蝦蟆仙人圖)는 두꺼비를 꾸짖는 신선의 모습입니다. 그림 속 인물은 10세기 중국 후량(後梁) 때 살았던 유해(劉海)라는 신선이라고 말합니다. 두꺼비(蟾)를 타고 다니는 이 신선의 호가 해섬자(海蟾子)입니다. 성씨(性氏)를 따서 흔히 유해섬(劉海蟾) 혹은 유해(劉海)라고 합니다. 또 두꺼비를 한자로 하마(蝦蟆)라고도 하므로 하마선인(蝦蟆仙人)이란 '두꺼비 선인'이란 뜻입니다. 예로부터 두꺼비(蟾)는 달을 상징하며 재물을 지켜 주고 복을 불러온다는 상서로운 동물입니다.
붓이 너무 뻣뻣해서 끝이 갈라지는 것을 갈필(渴筆)이라고 합니다. 갈필(渴筆)은 동양화 기법 중의 하나로 선과 주름을 그릴 때 스치는 맛을 살리는 동양화 특유의 화법입니다. 붓에 먹물을 묻히지 않고 그리며 초묵(焦墨)과 흡사하며 중국 남종화(南宗畵)에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이 갈필(渴筆)로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이 좀 거친 느낌이 들지만 인물의 특성을 살려 주는 매력입니다.
그림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유해(劉海)가 타고 다니던 두꺼비(蟾)는 세 발 달린 신통력을 가진 동물로, 세상 어느 곳이든 신선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면 데려다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 두꺼비가 말썽을 피워 우물로 도망치곤 했답니다. 그때마다 신선은 돈을 좋아하는 두꺼비의 심리를 이용해 다섯 개의 쇠돈이 달린 끈으로 두꺼비를 유인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신선이 두꺼비를 꾸짖고 있는 모습입니다. 우물로 도망친 두꺼비를 낚아올려 막 꾸짖고 있는 것입니다. 화난 신선과 대조적으로 동전을 매단 끈을 본 두꺼비가 다리 하나만을 땅에 디딘 채 뛸 듯이 좋아하는 모습이 코믹합니다.
이 그림에 신선으로 등장하는 유해(劉海)의 본명은 유조(劉操)입니다. 중국의 오대 혼란기에 후량(後梁)의 재상을 지낸 인물입니다. 어느 날 정양자(正陽子)라는 도인이 동전 위에 계란 열 개를 쌓아놓고 유조(劉操)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녹을 받는 재상으로서 우환을 무릎쓰고 사는 일은 금전 위에 쌓은 계란보다 훨씬 위태롭다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이를 본 유조(劉操)는 크게 깨우친 바가 있어 재상직을 버리고 신선이 되었습니다. 신선이 된 유조(劉操)는 이마에 머리카락을 내려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하고 두꺼비를 타고 다니면서 어려운 백성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심사정(沈師正)은 왜 이런 장면을 그렸을까요? 증조부는 영의정, 조부는 부사를 지냈으며 아버지는 선비 화가로 뼈대 있는 집안의 핏줄을 받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심익창이 당시 왕세자였던 영조를 시해하려다 실패하여 집안이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심사정(沈師正)은 벼슬길이 막히고 평생 불우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조상의 잘못으로 삶이 평탄치 못했던 마음을 대신해 울분을 토하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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