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박제가의 <목우도(牧牛圖)>

박남량 narciso 2016. 12. 7. 10:37


우리 미술관 옛그림

박제가(朴齊家 1750-1805)  <목우도(牧牛圖)>



박제가(朴齊家 1750-1815)는 조선 후기의 정치가, 실학자로 네 차례에 걸친 청나라 사행(使行)을 통해 중국의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국제적 안목을 갖춘 지식인이었습니다. 청나라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사회적 폐단을 성찰하고 농기구, 수레 등 기구의 개량과 사회제도의 개혁방안을 제시하는 <북학의(北學議)>를 저술하였습니다. 청나라의 선진 문물 수용과 중상주의 경제 정책을 주장했습니다.


박제가(朴齊家)의 목우도(牧牛圖)는 목동이 소를 타고 악기를 불고 있는 모습입니다.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에 날고 있는 새 한 마리와 가지에 앉은 네 마리의 새가 목동의 음악에 맞추고 있는 듯 아주 평온하고 정겨운 모습입니다. 시냇가에 수양버들이 봄을 맞은 듯 기운이 넘치고 소에 타고 있는 목동은 다른 목동들이 소의 허리 중앙에 타는 것과는 달리 소꼬리 근처에 앉아 여유롭게 악기를 불고 있습니다. 소는 힘이 넘치고 화가는 목동을 통해 무언가 멋을 부리고 싶은 듯한 그림입니다. 화제(畵題)에서 낯선 모습의 목동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靑莊云(청장운)
牧兒倒騎牛(목아도기우)
是天然畵意(시천연화의)
若騎腰正中(약기요정중)
是俗牧兒(시속목아)
不曉事(불효사)   - 貞甤居士(정유거사)

"청장이 말했다. 목동이 소 등 뒤에 타는 것이 자연스런 화의(畵意)이다. 만일 허리 가운데 걸터앉으면 이는 속된 목동이거나 사리를 잘 모르는 것이다."

박제가(朴齊家)는 서얼(庶孼) 출신입니다. 정조(正祖)의 서얼허통절목(庶孼許通節目)에 의해 벼슬길에 오른 인물입니다. 청장(靑莊)이란 당대 절친한 동료였던 이덕무(李德懋 1741-1793)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의 호(號)가 청장관(靑莊館)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대는 정조(正祖)의 서얼허통절목(庶孼許通節目)에 의해 서얼(庶孼)이 조정에 출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새시대였습니다.


고목의 수양버들에 새순이 돋고 봄기운이 넘치는 것은 새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고, 다섯 마리의 새를 그린 것은 오행(五行)으로써 자연의 순리를, 소(牛)는 당시 재상인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 1720-1799)을 말하며, 목동은 서얼(庶孼)  출신으로 벼슬길에 오른 학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서얼(庶孼)이 벼슬길에 올랐지만 조정의 요직에 진출하는 것은 속된 욕심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