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신윤복의 <아이 업은 여인>

박남량 narciso 2016. 7. 4. 12:12


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윤복(申潤福 1758-?)  <아이 업은 여인>



옛 미인의 전형적인 얼굴입니다. 얼굴이 오동통한 아이를 업은 여인이 가슴을 내어 놓고 있습니다. 훤칠한 키에 가녀린 몸매, 항아리 같은 넓은 치마, 짧고 꼭 끼는 저고리 밑으로 젖가슴이 드러나 있으며 젖먹이 어린 아이를 등에 업은 모습에서 강한 모성애가 풍깁니다. 조선말기에 갓아이를 출산하고 아들을 낳으면 가슴을 드러내놓고 다니던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는 가슴에서 발산하는 열을 식히면서 아들을 낳았다는 자랑을 하는 풍습이었습니다.

그림의 이 여인은 봉긋한 어여머리에 수식을 이마 위로 늘어뜨렸습니다. 당신 유행한 가채를 쓰고 있고 눈꼬리가 삐친 검은 눈에 갈고리 형의 코, 야무지게 다문 작은 입의 순박한 모습입니다. 짧은 저고리가 몸에 착달라붙어 풍만한 젖가슴을 전혀 부끄럼없이 드러내고 있고 펑퍼짐한 치마는 땅에 끌릴 정도로 드리워져 있습니다.

차림으로 보자면 기녀일 수도 있고 상민일 수도 있는 차림입니다. 드러낸 젖가슴은 그녀가 지체 높은 신분이 아님을 알게 합니다. 등에 업힌 아기는 천진무구한 표정으로 뜻없는 시선을 멀리 던지고 있습니다. 여인의 얼굴은 후덕하고 아이의 얼굴은 평화롭습니다. 선명한 유두의 노골성은 지나치게 도발적입니다. 모성을 가장한 신윤복(申潤福)의 본색이 아닐까요.



화면 여백에는 부설거사가 그림을 보고 쓴 긴 글이 적혀 있으나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게 없습니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坡翁見周昉畫背 / 面欠伸內人心醉 / 歸來賦續麗人行 / 恨不今見此四首 / 嫣然之態復作麗 / 人行如昉畵也況又 / 背上小兒 昉畫之所 / 無而風致幽婉 有 / 筆外神韻未知昉 / 畵較此復何如 / 扶辥居士觀

"파옹(波翁 소동파)이 당나라 화가 주방(周昉)의 미인도를 보고 감동받아 속여인행(續麗人行)을 지었다. 파옹(波翁)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를 돌린 그림을 보고 속여인행(續麗人行)과 같은 글을 다시 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물며 등에 업힌 어린아이는 주방(周昉)의 그림에는 없는 것이고 여인의 얌전하고 아리따운 모습은 어찌 신운(神韻)이 없다 할까. 주방(周昉)의 그림과 이 그림을 비교한다면 어떨런가. 부설거사(扶辥居士)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