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윤복(申潤福 1758-?) <사시장춘(四時長春)>
후원 별당의 장지문이 굳게 닫혀 있고 마루 위에는 가냘픈 여자의 비단신 한 컬레와 큼직한 사내의 검은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면이 먼저 들어옵니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춘정의 기미를 표현한 것이 품위 있고 은근하고 함축 있는 표현 방법입니다. 은근의 아름다움이죠. 계집종은 문을 두드릴 것인가 돌아서 갈 것인가 옛사람의 미더운 얌치가 남아 지금 사람을 미소짓게 합니다.
추녀 끝에 흐드러지게 핀 앵두꽃은 봄날의 한낮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계곡의 폭포수를 보면 춘경(春景)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야릇한 장면임을 암시하는 것 하나가 "사시장춘(四時長春)" 네 글자입니다. 남녀의 운우지정은 더도 덜도 아닌 '나날이 봄날'이라는 말입니다. 그 짓이 깨어나고 싶지 않은 춘몽(春夢)이죠.
다음은 마루 위에 놓인 신발입니다. 여자의 비단신은 가지런한데 사내의 검은 신은 한 짝이 흐트려져 있습니다. 무엇이 급했던지 후다닥 벗고 들어간 모양새를 그리고 있습니다. 술쟁반을 받쳐들고 있는 계집종의 엉거주춤한 자세도 어색합니다. 주안상을 가져왔다고 주인 마님을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알고 있다는 눈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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