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술관 옛그림
신윤복(申潤福 1758-?) <주사거배(酒肆擧盃)>
주사거배(酒肆擧盃)의 뜻은 '술집에서 술잔을 들다'라는 뜻입니다. 주막집의 주모와 취객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술자리가 파한 뒤에 집으로 돌아가는 취객들의 모습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남색치마를 입은 주모는 술을 따르고 붉은 장의를 입은 관아의 사령은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고 있습니다. 허리춤에 손을 넣고 방만한 자세의 동료를 향해 재촉하는 취객 역시 의관이 정돈되지 못하고 거나하게 취한 모습니다. 오른쪽 맨끝의 남자는 관헌의 의금부 나장입니다. 나장은 죄인을 문초할 때 매질 및 호송 등을 맡았던 칠반천민 중 하나입니다. 나장의 얼굴을 눈을 작게 그려 독하게 보이고 눈썹은 뒤로 갈수록 높아져 매서운 인상을 풍깁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여기서 보여주는 술집이 기생집도 아니고 주막도 아닌 '선술집'의 풍경이란 점입니다. 우리나라 회화 중 '선술집'을 그린 유일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선술집'의 뜻은 '선 채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 즉 '서서 술 마시는 술집' 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림에서 주모의 옷색깔입니다. 당시 여성들 복장에 남색 끝동을 한 여인은 남편이 있는 경우이고 자주색 고름은 자식이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주모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여인일 것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젊은이는 선술집에서 물건을 나르거나 아궁이에 불을 때는 허드레 일을 담당하는 '중노미'라고 불리는 인물로 이들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군데군데 가장자리를 장식한 분홍색 꽃나무가 그림을 화사한 분위기를 받쳐주고 왼쪽 위 귀퉁이에 화제가 쓰여 있습니다.
擧盃邀皓月 抱甕對淸風(거배요호월 포옹대청풍)
"술잔을 들고 보니 달이 달리고 술병을 끌어안으며 바람을 상대하네"
달이 환하게 밝고 바람도 시원한 밤에 술잔을 들고 누군가가 볼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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