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이정의 <수향귀주도(水鄕歸舟圖)>

박남량 narciso 2016. 6. 27. 13:56


우리 미술관 옛그림

이정(李禎 1578-1607)  <수향귀주도(水鄕歸舟圖)>


나옹(懶翁) 이정(李禎 1578-1607)은 서른 살의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천재화가입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열두 폭 그림의 산수화첩(山水畵帖)이 유명합니다. 산수화첩(山水畵帖)에 있는 첫 번째 작품인 수향귀주도(水鄕歸舟圖)란 이 작품은 배를 타고 강가의 집으로 돌아오는 그림이란 뜻입니다.

배를 탄 사람은 도롱이를 입었습니다. 도롱이는 비옷인데 아마 그림 속에는 비가 오고 있나 봅니다. 갈대가 우거진 강 옆 풀숲과 건너편의 바위산 가운데로 흐르는 강으로 어부가 배를 저어 다른 시공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정(李禎)은 다섯 살에 스님의 모습을 그려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열한 살 때는 금강산 장안사의 법당에 벽화를 그려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신동이었습니다. 죽기 전 해인 1606년에는 중국 명나라 사신으로 조선에 온 난우(蘭嵎) 주지번(朱之蕃)이 그의 그림을 보고 "천고(千古)에 가장 잘된 것이다. 이 세상에 짝할 이가 없다."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정으로 하여금 산수화를 많이 그리게 하여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이정(李禎)은 남들이 그림을 부탁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그려 주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어떤 권세 있는 사람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정이 말을 듣지 않자 권세가는 그를 욱박지르며 그림을 요구했습니다. 억지로 붓을 잡은 이정은 심술이 났는지 권세가를 비꼬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 세력가의 집안으로 누군가 뇌물을 바치는 모습을 그렸던 것입니다. 권세가는 당장 이정을 잡아들이라고 노발대발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정은 그 길로 평양으로 달아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