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의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박남량 narciso 2016. 7. 27. 10:1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란 글자 그대로 게가 갈대꽃을 탐한다는 그림입니다. 게 두 마리가 갈대꽃 송이를 끌어안은 재미있는 그림입니다. 행여 갈대꽃을 놓칠세라 집게까지 제각기 분주하게 어기적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윗 게는 흰 배를 드러낸 채 뒤로 자빠진 모습입니다. 이 그림에는 어떤 것이 숨어 있기에 게와 갈대가 그림에 등장할까요. 갈대는 한자로 로(蘆)인데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나누어주는 고기 음식을 뜻하는 려(驢)의 옛 중국 발음과 비슷하다 하여 이 내용이 확대되어 장원급제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옛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그 속에 담고 있는 의미를 읽는다는 것입니다. 게 두 마리가 갈대꽃을 물은 것은 과거시험 소과(小科)와  대과(大科) 모두 합격하라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게는 갑각류로 등에 딱딱한 껍질(甲)을 이고 사는 삽니다. 즉 게의 껍질인 갑(甲)은 육십갑자(六十甲子)의 간지(干支) 중 첫 번째이니 바로 장원급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해탐노화도(蟹貪蘆花圖)는 과거 시험을 앞둔 선비에게 그려주는 그림입니다. 화제(畵題)를 읽어보면 "海龍王處也橫行(해룡왕처야횡행)  바다 속 용왕님 계신 곳에서도 나는야 옆으로 걷는다."  선비들에게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제 모습 생긴 대로 행동하라는 말입니다. 권력 앞에서 쭈뼛거리지 말고 이상하게 걷지 말라는 말입니다. 현대인들에게 깨닫게 하는 그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