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김홍도(金弘道)의 <추성부도(秋聲賦圖)>

박남량 narciso 2017. 3. 27. 14:15


우리 미술관 옛그림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추성부도(秋聲賦圖)>



조선시대 천재화가인 김홍도(金弘道 1745-1806) 그러나 그의 말년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궁핍하였다고 합니다. 1800년 김홍도(金弘道)가 56세 되던 해 정조가 49세의 나이로 승하하자 많은 개혁가들이 힘을 잃었고 그 속에 김홍도(金弘道)가 있었던 것입니다. 김홍도(金弘道)는 초야에 묻혀 말년을 보냅니다. 김홍도(金弘道)가 말년에 그린 그림들은 세속과 담을 쌓은 듯 초탈한 심정이 드러납니다.

이 그림은 중국 송대(宋代) 구양수(歐陽修 1007-1072)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김홍도(金弘道)가 그림으로 그려낸 시의도(詩意圖)라고 합니다. 구양수(歐陽修)와 동자는 작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달빛 속에서 거칠고 황량한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함으로 스산한 가을의 정취를 묘사하는 데에 더 힘을 쏟았습니다. 이것은 구양수(歐陽修)가 전하고자 했던 노년의 비애이자 또한 동시에 죽음을 앞 둔 단원(檀園)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구양수(歐陽修)는 어느 날 밤 책을 읽다가 문득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바스락 거리며 낙엽지는 소리인 듯 하더니 갑자기 파도가 일고 비바람이 몰아치다 이내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에 적진으로 질주하는 사람과 말들의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구양수(歐陽修)는 동자를 보내 무슨 소리인지 알아보게 합니다. 밖으로 나가 살펴본 동자는 하늘에는 달이 걸려 있고 은하수는 맑게 빛나며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그저 나무들 사이에서 나는 소리라고 알려줍니다.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 즉 가을의 소리입니다.


歐陽子方夜讀書,(구양자방야독서)/聞有聲自西南來者(문유성자서남래자)/悚然而聽之(송연이청지)/曰:異哉!(왈 이재)/初淅瀝以蕭颯(초석력이소삽)/忽奔騰而澎湃(홀분등이팽배)/如波濤夜警(여파도야경)/風雨驟至(풍우취지)/其觸於物也(기촉어물야)/鏦鏦錚錚(종종쟁쟁)/金鐵皆鳴(금철개명)/又如赴敵之兵(우여부적지병)/銜枚疾走(함매질주)/不聞號令(불문호령)/但聞人馬之行聲(단문인마지행성)


予謂童子(여위동자)/此何聲也(차하성야)汝出視之(여출시지)/童子曰(동자왈)/星月皎潔(성월고결)/明河在天(명하재천)/四無人聲(사무인성)/聲在樹間(성재수간)

予曰(여왈)/噫嘻悲哉!(억희비재)/此秋聲也(차추성야)/胡爲而來哉(호위이래재)/蓋夫秋之爲狀也(개부추지위상야)/其色慘淡(기색참담)/煙霏雲斂(연비운렴)/其容淸明(기용청명)/天高日晶(천고일정)/其氣慄冽(기기률열)/砭人肌骨(폄인기골)/其意蕭條(기의소조)/山川寂寥(산천적료)/故其爲聲也(고기위성야)/凄凄切切(처처절절)/呼號憤發(호호분발)/草綠縟而爭茂(초록욕이쟁무)/佳木蔥籠而可悅(가목총롱이가열)/草拂之而色變(초뷸지이색변)/木遭之而葉脫(목조지이엽탈)/其所以摧敗零落者(기소이최패영락자)/乃其一氣之餘烈(내기일기지여열)

夫秋(부추) 刑官也(형관야)/於時爲陰(어시위음)/又兵象也(우병상야)/於行爲金(어행위금)/是謂天地之義氣(시위천지지의기)/常以肅殺而爲心(상위숙살이위심)/天之於物(천지어물)/春生秋實(춘생추실)/故其在樂也商聲(고기재악야상성)/主西方之音(주서방지음)/夷則爲七月之律(이칙위칠월지율)/商(상) 傷也(상야)/物旣老而悲傷(물기노이비상)/夷(이) 戮也(륙야)/物過盛而當殺(물과성이당살)

嗟乎(차호) 草木無情(초목무정)/有時飄零(유시표령)/人爲動物(인위동물)/惟物之靈(유물지령)/百憂感其心(백우감기심)/萬事勞其形(만사로기형)/有動於中(유동어중)/必搖其精(필요기정)/而況思其力之所不及(이황사기력지소불급)/憂其智之所不能(우기지지소불능)/宜其渥然丹者爲槁木(의기악연단자위고목)/黟然黑者爲星星(이연흑자위성성)/奈何以非金石之質(나하이비금석지질)/欲與草木而爭榮(욕여초목이쟁영)/念誰爲之戕賊(념수위지장적)/亦何恨乎秋聲!(역하한호추성)

童子莫對(동자막대)/垂頭而睡(수두이수)/但聞四壁蟲聲喞喞(단문사벽충성즉즉)/如助余之歎息(여조여지탄식)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섬칫하여 이를 듣다가/말했다. “참 이상도 하다.”/처음엔 우수수 스산한 소리를 내더니/느닷없이 솟구쳐 물결이 이는 듯 하는 것이/마치 파도가 밤중에 일어나고/비바람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만 같구나/물건에 부딪치면/쟁글쟁글/쇠붙이가 일제히 우는 것만 같아/마치 적진을 향해가는 군대가/입에 재갈을 물고 내달리매/호령 소리는 들리지 않고/다만 사람과 말이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 살펴보아라/동자가 말했다/달과 별이 환히 빛나고/은하수는 하늘에 걸렸습니다/사방에 사람 소리도 없고/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내가 말했다/아, 슬프도다!/이것은 가을의 소리로구나/어이하여 왔는가?/대개 가을의 형상이란/그 색깔은 참담하여/안개는 부슬부슬 한데 구름은 걷히는 것만 같고/그 모습은 맑고 밝아/하늘은 드높은데 해가 반짝이는 듯 하다/그 기운은 오싹하여/사람의 살과 뼈를 저미는 것만 같은데/그 뜻은 쓸쓸하여/산과 내가 적막한 듯 하다/그래서 그 소리는/처량하고 애절하여/울부짖고 분을 터트리는 듯 하다/우거진 푸른풀들이 무성함을 다투고/아름다운 나무도 울창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만/풀이 이 바람에 흔들리면 색깔이 변하고/나무가 이것과 만나면 잎이 떨어진다/꺾어져 시들어 떨어지는 까닭은/한 기운의 남은 매서움 때문이다

대저 가을이란 형관(刑官)이니/시절로는 음(陰)이 된다/또 전쟁의 형상이니/오행으로는 금(金)이 된다/이를 일러 천지의 의로운 기운이라 하니/항상 엄숙함을 마음으로 삼는다/하늘은 사물에 있어/봄에는 싹이 돋고 가을에 열매 맺게 한다/그런 까닭에 음악에 있어서는 상성(商聲)이라/서방의 음을 주관하며/이칙(夷則)이 7월의 음률이 된다/'상(商)' 이란 '상심(傷心)' 이니/만물이 이미 노쇠하매 슬퍼 상심함이며/이(夷)`는 '죽인다'는 뜻이니/사물은 성대한 시절을 지나면 죽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아아! 초목은 무정하여/때로 나부껴 떨어진다/사람은 동물로서/오직 만물의 영장이 되니/온갖 근심을 그 마음에 느끼고/갖은 일이 그 형체을 수고롭게 한다/마음에 움직임이 있게 되면/반드시 그 정신이 흔들린다/하물며 그 힘으로 미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지혜로 능히 할 수 없는 것을 근심하는 것인가?/윤이나게 붉던 낯빛이 마른 나무 같이 되고/ 이들이들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어이하여 금석의 자질도 아니면서/초목과 더불어 번영함을 다투려 하는가?/생각건대 누가 이를 해치고 죽이는 것인가?/그럴진대 어찌 가을 소리를 한하랴?

동자는 대답 않고/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다만 사방 벽에서 풀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려와/마치 나의 탄식을 부추기는 듯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