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아까운 시간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Carfe Diem」
중국 당(唐)나라 선불교의 황금기를 연 인물이 바로 마조선사(馬祖禪師 709-788))선사인데, 그의 유일한 제자가 방거사(龐蘊 709-808)이다. 방거사어록(龐居士語綠)에 전하는 내용이다. 방거사(龐居士)가 약산선사(藥山禪師 745-828)를 방문하고 나올 때였다.
약산선사가 열 명의 선승에게 방거사를 산문 앞까지 배웅하게 했다. 마침 허공에 눈이 날리자 방거사가 바라보며 말했다. “야, 멋진 눈(雪)이로구나. 송이송이 눈송이가 한 송이도 다른 데로 떨어지지 않는구나.” 그때 방거사의 말을 듣고 선승들이 모두 의아해했다. “그럼 눈송이가 어디로 떨어집니까?” 방거사가 손뼉을 치며 호통을 쳤다. “그대들이 선사라면서 이 정도밖에 안되다니 염라대왕이 용서치 않으리.” 선승들은 말했다. “거사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방거사는 또다시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장님 같고 입을 벌려도 벙어리 같다.”
(설두선사(雪竇禪師)는 다른 견해로 처음 방거사가 물었을 때 선승들은 눈을 뭉쳐서 곧바로 방거사의 문제제기를 쳐날려 버렸다면 좋았을 텐테 방거사의 문제제시에 걸려 형편없이 비판 받게 되었다고 말한다)
擧. 龐居士, 辭藥山. 山, 命十人禪客, 相送至門首. 居士, 指空中雪云, 好片片, 不落別處. 時, 有全禪客云, 落在什處. 士, 打一掌. 全云, 居士, 也不得草草. 士云, 汝恁稱禪客, 閻老子未放汝在. 全云, 居士作生. 士, 又打一掌云, 眼見如盲, 口說如啞. (雪竇別云. 初問處, 但握雪團便打.) - 碧巖錄42 龐居士好雪片片
방거사어록(龐居士語綠)에 전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소복이 내리는 눈(雪)의 아름다움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선승들을 방거사는 선승들이 눈을 뜨고 있지만 장님 같고 입을 벌려도 벙어리 같다며 신랄하게 나무라는 내용입니다. 방거사는 눈이 내리는 광경에 의거하여 만법의 귀결처인 자기의 본분사의 낙처(落處)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방거사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다른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을 제시하여 열 명의 선승들에게 선승으로서 본분사의 낙처를 파악하고 있는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선승들의 안목을 평하고 있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사물을 보고는 있지만 이렇게 멋진 눈이 내리는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장님과 다름없고 입을 벌리고 곧잘 말을 하면서도 자기 본래면목(本來面目)의 지혜작용 즉 낙처를 전혀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혜롭게 말하지 못하는 모습이 벙어리 같다고 독설을 퍼 붓고 있습니다. 추억이 다르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사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방거사는 이 모든 것을 닫고 지금 눈앞에 내리는 눈을 그저 하얀 눈으로만 즐기라는 것입니다. 바로 현재를 즐기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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