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근원은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하는 일 그 자체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24. 2. 20. 11:11

우리가 겪는 괴로움의 근원은 생각의 내용이 아니라 생각하는 일 그 자체입니다



일본 봉건 시대의 사무라이(侍) 이야기입니다. 사납고 건장한 모습의 사무라이가 무례한 태도로 깊은 명상에 빠져 있는 어느 선사(Zen Master)에게 다가가서 거친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천국(天國)과 지옥(地獄)이 무엇인지 말해보시요.”

선사는 눈을 뜨고 사무라이의 얼굴을 바라본 뒤 경멸하는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왜 내가 너처럼 초라하고, 역겹고, 힘 빠진 멍청이의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는 말인가? 네 모습을 더 이상 참기가 어려우니 내 눈앞에서 썩 사라져라. 나는 그런 얼빠진 질문에 답할 시간이 없다.”


화가 치민 사무라이는 모욕을 견딜 수가 없다는 듯 선사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릴 작정으로 칼을 빼서 치겨들었습니다.

선사는 사무라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지옥(地獄)이니라.”

사무라이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자신이 순식간에 분노의 손아귀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의 마음은 억울함, 증오, 자기방어, 분노에 가득한 지옥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깊은 괴로움에 빠진 나머지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무라이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는 칼을 옆으로 치우고 두 손을 합장하며 깨달음을 얻게 해준 데 감사하는 절을 올렸습니다. 선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천국(天國)이니라.”


조세프 응우엔(Joseph Nguyen)의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Don’t believe everything you think)>에 실린 어느 선사의 이야기입니다. 삶이 불투명하고, 혼란스럽고, 괴롭게 느껴진다면 그건 사고라는 행위가 자욱한 먼지를 일으켜 마음을 흐리고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드는 탓입니다. 당신의 감정 상태를 지표로 삼으면 자기가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오직 생각하는 것만 느낄 수 있고 사고는 모든 부정적 경험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참된 진리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여유를 갖고 사고 행위가 멈추기를 기다리면 어느덧 맑은 마음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