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

박남량 narciso 2023. 11. 16. 14:1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



어떤 구둣방 주인 세몬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농부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집도 땅도 없는 그는 구두를 만들고 고치는 것으로 살았다. 그와 아내가 번갈아 입는 한 벌 밖에 없는 털 외투는 다 해져 누더기 되었다. 아내의 새 외투를 만들 양털을 구하려 시장에 갔다. 가는 길에 외상값도 받기 위해 몇 곳을 들렸으나 돈도 받지 못하고 양털도 사지 못하고 속이 상해 보드카를 마시곤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몬이 집으로 가는 길에 교회 벽에 기대어 앉은 벌거벗은 몸의 사람을 발견했다. 세몬 은 사나이에게 자기의 누더기 옷을 벗어 입히곤 부축하여 집으로 데려왔다. 아내 마뜨료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 낯선 사나이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난로가 놓인 구석으로 가서 저녁 준비를 하였다. 마뜨료나는 낯선 젊은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보살펴 주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갑자기 명랑해지며 찡그렸던 얼굴을 펴고 마뜨료나 쪽으로 눈을 돌려 빙그레 웃었다.

젊은이는 천사 미하일이었다. 미하일은 세몬에게 일을 배웠다. 날이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해가 지나갔다. 미하일은 멋지고 튼튼하게 구두를 짓는 사람으로 소문이 퍼져 이웃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왔다. 세몬은 점점 더 돈을 많이 벌게 되었다.

어느 겨울이었다. 털외투를 입은 신사가 구둣방으로 들어섰다. 가죽 보따리를 내 놓더니 일 년 안에 모양이 변하지도 실밥이 터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였다. 신사는 굽이 달린 장화를 주문했는데 미하일은 평평한 슬리퍼를 만들었다. 세몬이 미하일에게 이야기를 꺼내는데 신사와 함께 왔던 하인이 숨을 몰아쉬며 들어와 이제 장화는 필요 없게 되었으니 대신 죽은 자를 위한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미하일은 만든 슬리퍼를 들고 하인에게 주었다.

주인 내외는 미하일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을 보았다. 세몬은 미하일에게 머리를 숙이며 물었다. “내가 자네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자네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아내가 밥상을 차려주자 빙그레 웃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네. 그 후 신사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자네는 다시 빙그레 웃으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지? 그리고 지금 아이들이 왔을 때 자네는 세 번째로 빙그레 웃으면서 온몸에서 빛이 났네. 말해 주게, 어째서 자네 몸에서 빛이 나며 왜 세 번 웃었는지?“ 미하일은 세몬에게 대답을 하였다. “나는 하느님의 명을 어겨 벌을 받은 천사입니다. 저를 인간세계에 보내신 하느님이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이 무엇이며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저는 그 대답을 알게 되어 너무 기뻐서 웃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아내가 나를 불쌍히 여겨 빵을 줄 때 나는 인간의 마음 속에 사랑과 자비가 있음을 알고 기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신사가 와서 일 년 신어도 끄떡없는 장화를 만들라 했지만 죽음의 천사가 그의 뒤에 있어서 자신이 오늘 밤 안에 죽는다는 것을 알지 못하므로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통해서 인간이 사는 것은 사랑 때문인 것을 알게 되어 기뻐했던 것입니다.”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입니다. 세몬과 마뜨료나는 자기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자 두려움과 기쁨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천사 미하일은 주인 부부를 통해 사람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 사나이가 와서 일 년 동안 닳지도 터지지도 일그러지지도 않는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할 때 그 사람 등뒤에 죽음의 천사가 있는 것을 보고,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천사 미하일은 웃었습니다. 끝으로 부모없이는 아이들이 자라지 못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어느 여인이 쌍둥이 아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여자가 남의 자식을 가엾이 여겨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을 때 그 속에서 살아 계신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하느님께서 마지막 말씀을 깨우쳐 주시고 저를 용서해 주신 것을 알고 세 번째로 웃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이 미하일 천사에게 깨우쳐 주셨다는 사랑은 인간에게 기쁨을 가져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