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원한 시간이 있는 것처럼 계산하지도 않고 세지도 않고 성숙해가는 것입니다
사형수는 어느 날 아침 5시에 간수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절차와 형식을 중요시하는 공공 기관의 행태로 보아 일주일 뒤에나 사형이 집행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9시가 지나면 형을 집행한다.”
그 남자는 생각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집행하다니, 너무 심하지 않은가·····”
사형수는 이제 남은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그 5분이 영원한 시간이자 막대한 재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시간을 다음과 같이 배분했다.
먼저 친구와의 이별에 2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을 생각하는 데 2분, 그리고 남은 1분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기념으로 주변 풍경을 바라보는 데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사형수는 황금색으로 칠한 교회의 지붕 꼭대기가 밝은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광경을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마침내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끊임없이 떠 오르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내가 죽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목숨을 건진다면! 그 무한한 시간! 게다가 그 무한한 시간이 완전히 내 것이라면! 그러면 나는 일분 일초를 일일이 계산해서 더는 무엇 하나 잃지 않을 거야, 아니, 시간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허투루 쓰지 않을 거야!”
그런 생각 끝에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에 휩싸여 어서 사형당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이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 1821-1881)가 쓴 소설이자 그가 가장 사랑한 작품인 백치(Idiot)에 나오는 사형수 이야기입니다. 무한한 시간을 얻은 그 남자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기적적으로 사형집행 정지명령으로 목숨을 건진 그 남자는 사형 집행 직전에 가진 5분의 시간을 생각하며 평생 시간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살았을까요?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의 행동이 묘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인간은 이야기가 끝나면 사라지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닙니다. 처음에 했던 각오는 어디로 사라지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허둥대지도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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