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왕이라 해도 백성의 뜻을 거스르면 역성혁명도 가능합니다

박남량 narciso 2018. 8. 13. 16:07


왕이라 해도 백성의 뜻을 거스르면 역성혁명도 가능합니다



맹자(孟子)께서 제(齊)나라 선왕(宣王)에게 물었습니다.
"왕의 신하 중에 자기의 처자를 보살펴 달라고 벗에게 부탁하고 타국에 가 있다가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하십시다. 그 사람이 돌아와 본즉 자기의 처자가 굶주리고 있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왕(宣王)은 말했습니다.
"절교(絶交)하지요."

맹자(孟子)가 또 물었습니다.
"옥사(獄事)를 맡아 보는 사사(士師)가 그 부하들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왕(宣王)은 말했습니다.
"파면시키지요."

맹자(孟子)가 또 물었습니다.
"사방의 국경 안에 있는 한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선왕(宣王)은 못 들은 척하며 좌우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고 다른 말을 하였습니다.


맹자(孟子) 양혜왕편(梁惠王篇)에 나오는 글로 맹자(孟子)가 왕도정치(王道政治)를 논(論)한 것입니다. 나라가 제대로 댜스려지지 않으면 그 책임은 왕에게 있습니다. 왕이라 해서 신성불가침만 한 것이 아니라 천지의 백성의 뜻을 거스리면 역성혁명(易性革命)도 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원래 동양 정치 사상의 근본은 이런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 민주주의 사상과 들어맞는 것입니다. 역성혁명(易性革命)이란 중국에 있었던 유교 정치사상의 기본 관념의 하나를 말합니다. 왕이 부덕하여 민심을 잃으면 덕이 있는 다른 사람이 천명을 받아 새로운 왕조를 세워도 좋다고 하는 사상입니다.


맹자(孟子)의 질문에 즉각 대답하던 제선왕(齊宣王)이 못 들은 척한 것은 차마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영조실록(英祖實錄)이라고도 하는 영종대왕실록(英宗大王實錄)에도 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선(朝鮮) 제21대 왕 영조(英祖 1694-1776)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아들이자 세손(世孫)인 제22대 왕 정조(正祖 1752-1800)에게 제선왕(齊宣王)에 대해 물었습니다. 정조(正祖)의 대답에 영조(英祖)는 훌륭한 대답이라고 칭찬하였습니다.

영조(英祖)가 정조(正祖)에게 물었습니다.
"제선왕(齊宣王)이 좌우를 돌아본 이유는 무엇인가?"

정조(正祖)가 대답했습니다.
"잘못인 줄 알고서 부끄러워 대답을 못한 것입니다."

영조(英祖)가 정조(正祖)에게 또 물었습니다.
"좌우에 있는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다른 말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조(正祖)가 대답했습니다.
"돌아보지 않으면 다시 물어볼까봐 두려워서 그런 것입니다." <꽃사진: 망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