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임과 벗어남은 마음 속에 있으니 깨달음을 얻으면 자유인 입니다
제자는 매달 자신의 깨달음의 수행 진보를 스승에게 보고했습니다. 첫 달에 보낸 제자의 보고는 이러했습니다.
"의식의 확장과 우주와의 일치를 느낍니다."
스승은 그 편지를 읽어 본 뒤 그대로 버려 버렸습니다. 다음 달 제자는 이렇게 또 써 보냈습니다.
"신은 세상 모든 만물에 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편지를 본 스승은 실망하는 기색이었습니다. 세 번째 편지에는 제자의 열정적인 역설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나와 다수'의 신비를 보았습니다."
스승은 하품만 할 뿐이었습니다. 제자의 다음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태어나는 이도, 죽은 이도 그리고 사는 이도 없습니다. 자아(自我)란 무아(無我)이기 때문에."
그 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가고, 다섯 달이 지나고 마침내는 일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소식도 보내오지 않는 제자에게 스승은 매달 한 번씩 스승에게 보고하는 것이 제자의 의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후 제자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편지를 읽는 스승의 얼굴에는 만족과 기쁨의 빛이 환하게 피워 오르고 있었습니다.
"자식 마침내 깨달았군."
채근담(菜根譚)에서 깨달음이란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棲守道德者 寂寞一時(처수도덕자 적막일시)
依阿權勢者 凄凉萬古(의아권세자 처량만고)
達人觀物外之物 思身後之身(달인권물외지물 사신후지신)
寧受一時之寂寞 毋取萬古之凄凉(영수일시지적막 무취만고지처량) - 菜根譚
도리를 지키며 사는 자는 한 때가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아첨하며 사는 자는 영원히 고독하다.
도리를 깨달은 자는 사물 밖의 사물을 보고 육신 뒤의 몸을 생각한다.
그러나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이야 겪을지언정 영원히 고독한 사람은 되지 말아라.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행복의 중심에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유인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오로가 필리피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궁핍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1-13)
자유를 열망하는 것 자체도 하나의 구속입니다. 신앙생활이 성숙하면서 우리는 점점 자유로운 사람이 됩니다. 당신이 자유를 자유롭지 않은 아무 상관없는 그런 참된 자유를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까? 오직 만족하는 마음만이 자유입니다.<꽃사진: 수수꽃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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