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시경과 서경 같은 책을 신경쓰겠는가라는 고사성어 안사시서(安事詩書)
한나라 고조 유방(劉邦 BC247-BC195)은 농민 출신으로 시골 면서기의 일을 하다가 때와 사람을 잘 만나 황제가 된 인물이다. 그러나 통일의 대업을 이룬 뒤에도 그는 자신의 경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유방(劉邦)과 육가(陸賈)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육가(陸賈)는 유방(劉邦) 앞에서 제 생각을 말할 때마다 시경(詩經)에서 어떠하고 서경(書經)에서 어떠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유방(劉邦)은 육가(陸賈)가 자기 앞에서 젠체한다고 생각하여 육가(陸賈)를 꾸짖으며 한마디 했다.
『公居馬上得之(공거마상득지) 安事詩書(안사시서)
나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니 어찌 시경과 상서 같은 책 따위를 쓰겠는가.』
그러자 이에 질세라 육가(陸賈)가 이렇게 말했다.
『말 위에 올라타 천하를 얻었다고 하여 어찌 말 위에 올라타고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그 유명한 馬上得天下(마상득천하) 馬上不可治天下(마상불가치천하)라는 고사이다. 육가(陸賈)는 이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옛날 은나라 탕왕과 주나라 무왕은 무력으로 천하를 얻었지만 민심에 순응하여 나라를 지켰습니다. 文武竝用(문무병용) 長久之術也(장구지술야) 문(文)과 무(武)를 함께 쓰는 것이 나라를 오래가게 하는 길입니다. 옛날 오나라 부차(夫差)와 진의 지백(智伯)은 무력을 지나치게 쓴 탓에 멸망하였고, 진(秦)나라는 형법만을 쓰고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에 멸망한 것입니다. 만일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 한 뒤에 인의를 행하고 옛 성인을 본받았다면 어떻게 폐하께서 천하를 얻어 한(漢)나라를 세울 수 있었겠습니까.』
육가(陸賈)는 창업과 수성을 나누어서 상황에 따라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았다. 유방(劉邦)은 육가(陸賈)의 말이 못마땅했지만 부끄러워하는 낯빛을 하고 육가(陸賈)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위하여 진나라가 어떻게 천하를 잃었고, 내가 어떻게 천하를 얻었으며 또 고대 국가들의 성공과 실패에 대해서 글을 지어 올리시오.』
그래서 육가(陸賈)는 국가 존망의 징후에 대하여 대략 서술하여 모두 열세 편을 지었다.
사기(史記) 역생육고열전(酈生陸賈列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안사시서(安事詩書)이다.
안사시서(安事詩書)란 어찌 시경과 서경 같은 책 따위를 쓰겠소라는 뜻으로 사람은 자신이 자라면서 보고 들은 것에 갇혀서 그것만을 전부로 여긴다는 말이다. 다른 것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것이 잘못되거나 틀렸다고 단정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꽃사진: 괭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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