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어설픈 미신은 순박한 사람들을 겁주고 현혹시킵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6. 27. 14:53


어설픈 미신은 순박한 사람들을 겁주고 현혹시킵니다



어느 장맛비 오는 날, 한 사람이 지나다 보니 개울이 넘쳐 징검다리는 물속에 잠기고 발을 빼기는 싫고 하여 길가에 우뚝 선 장승을 보고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장승을 뽑아서 언덕에서 언덕으로 걸쳐 외나무다리를 놓아 디디고 무사히 건너갔습니다.

장승 귀신이 생각하니 분하기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놈에게 당장 벌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장승한테 그런 능력은 없고 어디 두고 보자고 벼르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지나다 보더니 "원 세상에 이럴 데가 있나!" 하고는 개울에 걸쳐 있는 장승을 들어 제자리에 잘 꽂아주고 갔습니다. 장승 귀신은 그저 고마워서 "이런 사람은 복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팔도 장승의 우두머리 되는 장승 두목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아무데 사는 아무개라는 놈이 나를 자빠트리고 밟고 갔으며, 아무데 사는 아무개는 나를 세워 주고 갔으니, 먼저 놈은 벌을 주고 나중 놈은 복을 받게 해 주오."

장승 두목이 다 듣고 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이보게, 장승을 뽑아서 지나갈 놈이 벌을 준다고 막걸리 한 사발이나 갖다 바칠 놈인 줄 아는가? 내 차라리 나중 일으켜 세운 놈에게 탈을 줄 것이니 그 놈이 달려와 술잔을 치고 북어 머리나 놓거든 그거나 얻어먹고 있어라!"

장승은 마을 입구 또는 길거리에 세워져 나그네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마을의 수호신 구실을 합니다. 시골 사람들의 신앙이 되어 기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장승 이야기입니다. 언뜻 읽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이야기이지만 장승 두목의 뼈 있는 한마디가 깨우침을 주고 있습니다. 어설픈 미신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꽃사진: 톱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