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승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박남량 narciso 2014. 9. 15. 07:19


승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조조(曹操 155-220)는 문무의 대권을 한 손에 장악하여 날고 있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한(漢)나라 왕실은 형태만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황제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고 조정의 권력은 모두 조조(曹操)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조조(曹操)는 황제를 위하여 진력하고 충성을 다한다는 명분을 내걸고는 있지만 결국 제위(帝位)를 찬탈하려고 하는 야심가에 지나지 않는다. 황제를 받들게 되면서부터 조조(曹操)의 위신은 나날이 높아졌다. 라이벌인 원소(袁紹 ?-202)는 이것이 못마땅했다. 원소(袁紹)는 화북(華北)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군벌이 다름 아닌 자신이라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황제를 모시고 갑자기 세력을 편 조조(曹操)의 존재가 눈의 가시와 같았던 것이다.

조조(曹操)가 한(漢)나라의 헌제(獻帝 181-234)를 맞아들인 이후로 경쟁상대인 원소(袁紹)는 적개심을 불태우게 되고 이 때문에 둘의 관계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원소(袁紹)는 조조(曹操)를 증오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매도하는 편지를 보냈다. 냉정하기로 이름난 조조(曹操)도 편지를 읽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것을 순욱(筍彧 163-212)에게 보여 주었다.

위지(魏志)의 순욱전(筍彧傳)에 담겨있는 글이다.
『원소(袁紹)와 같은 못된 녀석을 해치우고 싶지만 힘으로는 당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하고 물었다.
조조(曹操)의 말에 순욱(筍彧)이
『승패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고 합니다. 지휘자의 그릇이 크면 병력이 적어도 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휘자가 변변치 못하면 아무리 병력이 강대해도 곧 쇠퇴하고 맙니다. 이는 유방과 황우의 예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조(曹操)와 원소(袁紹)를 비교하여 인간 평가를 내린 뒤 원소(袁紹)는 조조(曹操)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순욱(筍彧)은 원래 원소(袁紹)의 진영에서 가장 지모가 빼어났지만
『원소(袁紹)는 우유 부단하고 결단력이 없어, 좋은 기회를 만나도 놓쳐 버린다. 이에 반해 조조는 큰 일을 할 때에 능히 결단을 내리며 자유 자재로 변화하고 경직된 생각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계략이 뛰어나다는 증거이다.』하면서 자신의 주군인 원소(袁紹)는 큰 일을 이룰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조조(曹操)의 진영으로 넘어갔다. 조조(曹操)는 순욱(筍彧)의 재기(才器)를 높이 평가하여 후하게 대우하였다.

조조(曹操)와 원소(袁紹)의 관도(官渡)의 결전이 일어나기 전에 조조는 순욱(筍彧)을 불러 원소(袁紹)와 자기 쪽의 전력에 대해 의견을 말하도록 하였다. 순욱(筍彧)은 용병력(用兵力), 결단력(決斷力), 통솔력(統率力) 등 어느 면에서 있어서나 원소(袁紹)는 조조(曹操)의  적수가 될 수 없다면서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자원이 아무리 풍부해도 승패의 귀추는 자명하므로 결코 두려워할 게 없다고 대답했다.

순욱(筍彧)의 이 말을 듣고 조조(曹操)는 힘을 얻어 마침내 원소(袁紹)와의 대결을 결심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원소(袁紹)의 대군은 소수 정예인 조조(曹操)의 군대와 백마(白馬), 연진(延津),관도(官渡)에서 싸워 참패하였다. 이 세 전투를 통틀어 관도(官渡)의 결전이라고 한다. 이 결과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화북(華北)의 명문인 원씨(袁氏) 일족은 멸망하였다.


매일 매일 바뀌는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담긴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 하늘을 거스리지 말 것을 경계하는 한 귀절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사회가 혼란스럽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불미한 짓을 하면 옛사람들은 흔히 배추밭에 바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머리카락 뒤에서 숨박꼭질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얕은 꾀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같음은 하늘의 눈이 수레바퀴처럼 돌아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다는데서 나오는 것입니다. 무슨 일에든지 정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정도를 벗어나면 이미 그 어떤 것도 온전히 보존될 수 없을 것입니다.

堪歎人心毒似蛇  誰知天眼轉如車
去年妄取東隣物  今日還歸北舍家
無義錢財湯潑雪  儻來田地水推沙
若將狡譎爲生計  恰似朝雲募落花


사람의 마음이 독하기가 뱀 같아 탄식하노니
누가 하늘의 눈이 수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음을 알겠는가
지난해에 망녕되게도 동쪽 이웃의 물건을 차지하더니
오늘에는 다시 북쪽 집으로 가버렸구나
의롭지 못한 재물은 끓는 물에 뿌려진 눈이며
뜻밖에 얻어진 밭뙈기는 물에 밀려 온 모래일 뿐이다
만약 교활한 속임수로써 생계를 꾸려 가려 한다면
그것은 마치 아침에 피어오르는 구름이나 저녁에 지는 꽃과 같은 것이다

걸핏하면 싸우려고 드는 사람들을 위한 이솝의 우화도 함께 합니다.

마부가 나귀 한 마리를 몰고 가고 있었다.
잠시 후 길을 잃고 헤매던 나귀는 가파른 비탈길을 건너가다가 절벽 끝에 매달리게 되었다.
마부는 나귀의 꼬리를 잡고 끌어올려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나귀가 고집스럽게 낭떠러지 쪽으로 미친 듯이 발버둥을 쳐대자 마부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귀를 놓아주었다.
『어쩔 수 없군. 내가 졌다. 너는 실수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