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양심에게 충성을 다하라
중추부사(中樞府事) 홍일동(洪逸童)은
일찍이 세조 앞에서 불사(佛事)를 강론한 사람이다.
세조는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부처의 힘을 빌고자 불교를 숭상했다.
그런데 홍일동(洪逸童)이 세조 앞에서
불사(佛事)의 그릇됨을 공격했다.
세조는 홍일동을 지극히 아꼈다. 그래서 일부러
성난 얼굴을 하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다.
"저런 무엄한 놈이 있느냐? 당장에
저놈의 목을 베어 부처님 앞에 사죄를 드려야겠다."
그러면서 세조는 좌우에 서 있던 무사들에게
칼을 가져 오게 하였다.
그러나 홍일동은 얼굴빛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앉아서 공격의 말을 늦추지 않았다.
신하들도 홍일동의 목에 두 차례나 칼을 겨누었지만
그는 돌아보지도 않고 할 말을 계속했다.
이윽고 세조가 말했다.
"너는 죽음이 두렵지도 않느냐?"
홍일동이 대답했다.
"죽게 되면 죽고, 살게 되면 사는 것이지
어찌 생사(生死)로써 마음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세조는 입고 있던 법의를 벗어 그에게 상으로 내리며
매우 곧은 신하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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