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은 자리의 혼잡한 모양을 이르는 말인 고사성어 배반낭자(杯盤狼藉)
사기의 골계열전 순우곤전에 실려있는 말이다. 순우곤은 우스개소리로써 임금에게 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제나라 위왕은 초나라가 공격해 오자 언변에 능한 순우곤을 사자로 보내어 조나라에 구원병을 청하게 하였다. 조나라 도움으로 초나라 군대가 물러가자 위왕은 크게 기뻐하며 후궁에서 주연을 베풀어 순우곤을 불러 선생은 어느 정도 마시면 취하느냐고 물었다. 주량을 묻는 위왕에게 순우곤은 한 말에도 취하고 한 섬에도 취합니다 라고 대답하니 그것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순우곤이 그 따닭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대왕님 앞에서 술을 마시면 사법관들이 옆에 있고 검찰관들이 뒤에 버티고 있어 그 가운데에서 두려워하며 엎드려 마시면 한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해버립니다. 또 친척집에 큰일이 있어 손님들을 대접할 때는 황공하여 술을 받아 먹거나 일어서서 장수를 빌면서 마시면 두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해버립니다. 그러나 친구와 오래간만에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마시면 대여섯 말을 마셔 취해 버리고 맙니다. 같은 고장 사람들과 만나 남녀가 함께 앉아 술잔을 주고 받으며 마신다면 여덟 말쯤 마시면 취해 버립니다.
순우곤은 다시 계속해서 말했다.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절정에 이르고 남녀가 한 자리에서 무릎을 맞대고 신발이 뒤섞이며
杯盤狼藉
잔과 접시들이 어지럽게 흩어지고 아름다운 주인 여자가 저 한 사람만 머물게 한다면 저는 마음이 즐거워져서 한 섬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배반낭자(杯盤狼藉)이다.
배반낭자(杯盤狼藉)란 술먹은 자리의 혼잡한 모양을 이르는 말로 잔치가 파할 무렵이나 파한 뒤의 술자리를 형용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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