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세상 일은 순환되는 것임을 이르는 고사성어 흥진비래(興盡悲來)

박남량 narciso 2017. 7. 7. 13:05


세상 일은 순환되는 것임을 이르는 고사성어 흥진비래(興盡悲來)



당(唐)나라 시인인 왕발(王勃 649-676)은 6세 때부터 문장을 쓴 천재였다. 당(唐)나라 고종(高宗) 때 뛰어난 재주를 인정받아 박사(博士)가 되었으나 여러 왕족들의 우열을 닭싸움에 비유하여 '투계격문(鬪鷄檄文)'을 썼다가 고종의 노여움을 사서 유배되는 신세가 되었고, 그의 아버지는 벼슬이 깎이어 교지(交址)로 쫓겨나게 되었다.

왕발(王勃)은 노조린, 낙빈왕, 양형과 함께 초당사걸(初唐四傑)로 꼽히는데 그중 으뜸이다. 글을 지을 때는 먼저 먹을 많이 갈아놓고 술을 마신 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한숨 잔 뒤 일어나 붓을 휘둘러 글을 짓는데 한 자도 고칠 자가 없어 사람들이 배 속에 원고가 있다면서 복고(腹藁)라고 했다.

騰王閣序(등왕각서)는 왕발(王勃)이 교지자사(交址刺史)로 먼저 간 부친을 만나기 위해 가던 길에 홍주에 들렀을 때 마침 염백서(閻伯嶼)가 등왕각(騰王閣)을 중수한 기념 잔치를 베풀고 있던 자리에 참석하여 지은 글로 고종이 이 글을 읽고 왕발(王勃) 을 다시 부르려 했으나 이미 왕발(王勃)이 죽고 없어 안타까워했다는 고사가 전할 만큼 걸작으로 꼽히는 글이다. 왕발(王勃)이 부친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불행히도 바다에 빠져 죽었던 것이다.

(前略)
四美具(사미구)
二難幷(이난병)
窮睇眄於中天(궁제면어중천)
極娛遊於暇日(극오유어가일)
天高地逈(천고지형)
覺宇宙之無窮(각우주지무궁)
興盡悲來(흥진비래)
識盈虛之有數(식영허지유수)
(後略)

騰王閣序(등왕각서)에서 興盡悲來(흥진비래)가 나오는 구절이다.

오늘 이 자리에는 좋은 날[良辰], 아름다운 경치[美景], 이를 감상하는 마음[賞心], 즐거운 일[樂事] 이 네 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었고

현주(賢主-현명한 주인)와 가빈(嘉賓-훌륭한 손님)이 함께 있기 어려운 법인데 때마침 같이 어울렸으니
취하여 반쯤 열린 눈으로 아득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오늘 하루 쉬는 날을 맘껏 즐기며 만족하게 노닌다
가을 하늘 높고 땅은 가없이 넓어
우주의 끝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달이 차면 기울 듯 흥겨움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차고 기울고 성하고 쇠하는 것이 다 하늘의 뜻임을 알겠다


왕발(王勃)의 등왕각서(騰王閣序)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흥진비래(興盡悲來)이다.

흥진비래(興盡悲來)란 흥망성쇠가 번갈아 온다는 뜻으로 세상 일은 순환되는 것임을 이르는 말이다. 즐거운 일이 다하면 슬픈 일이 오고 고생이 다하면 즐거움이 온다는 말이다.<꽃사진: 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