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류
글 / 폴 발레리
너무 많은 알맹이가 버티다 못해
뻐끔히 균열된 단단한 석류여,
거듭되는 스스로의 발전에 파열한
으뜸 가는 이마를 보고 있는가 싶다.
그대들이 견뎌 온 저 나날의 태양이,
오, 뻐끔히 벌어진 석류여,
그대들로 하여금 긍지에 시달려
루비의 간막이를 부수게 한 거라도.
또, 겉껍질의 메마른 금빛이
어느 힘의 요구에 못 이겨 터져서
과즙 머금은 붉은 보석이 되는 거라도
그 빛나는 터진 자리는
일찌기 내가 지녔던 넋으로 하여금
그 은밀한 구조를 생각케 한다.
폴 발레리(Paul Valery 1871-1945)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의 최대 거인.
걸작으로는 젊은 빠르끄와 해변의 묘지.
'꽃시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 송욱 (0) | 2006.12.17 |
---|---|
로도라꽃 / 에머슨 (0) | 2006.12.12 |
석 류 / 윤 인 환 (0) | 2006.11.30 |
동백꽃이 질 때 / 이해인 (0) | 2006.11.18 |
아네모네 꽃 피네 / 이정원 (0) | 2006.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