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모네 꽃 피네
글 / 이정원
그 여자
지하에 살지요
어둠은 질 좋은 식량이에요
퀴퀴한, 목선을 층층으로 꺾은
그 기형의 늙은 여자
어둠을 모아요 옆구리를 길 밖으로 풀어
고양이를 기다려요
지붕에서 난간으로 난간에서 지하로
고양이 눈알이 떨어져요
꺾어진 층층 목선마다
눈알이 고여요
늙은 여자 눈알을 풀어요 눈알 속에 든
고양이 울음이 뛰쳐 달아나요
어둠이 열려요
아네모네 꽃이 열려요
그 여자 아네모네 꽃을 피우지요
어둠을 갉아 먹고 피는 꽃
울음과
눈알과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어둠은 고양이에요
울음을 먹어요 아네모네 꽃
눈알을 먹어요 아네모네 꽃
꽃을 피우지요 고양이를 어둠을
늙은 여자
지하에 살아요
아네모네 꽃, 펴요
이정원
2005년 가림토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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