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아 있 는 날
은
글 / 이 해 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출처 잉크대신 물로 쓴 이름(이정란,
청담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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