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귀거래사 / 도연명

박남량 narciso 2005. 7. 27. 08:56

 

귀 거 래 사 (歸去來辭)


                                            글 / 도 연 명


 

돌아가자꾸나!
벼슬살이 그만두고
내 고향 전원으로 돌아가자꾸나!
손 볼 사람 없어 전원이 온통 거칠어지려 하는데
아니 돌아가고 어쩌리.
고귀한 이 마음 값있는 일에 쓰이지 못하고,
제 입의 구종노릇에 허덕이게 버려 두었던
지난 날의 잘못된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지나간 한때의 잘못에
얽매여 넋 놓고 슬퍼만 하고 있으랴!
이왕에 잘못된 일은 뇌우쳐도 소용없는 일.
앞으로 다가오는 일만은 지난 날을 미루어
얼마든지 고쳐 나갈 수 있겠지.
사실 벼슬길 험한 길에 잘못 들어
한동안 내 갈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리 깊이 들지는 않았으니.....
분명히 깨달아 알겠구나!
벼슬살이 그만 둔 지금은 참말로 잘한 일이요,
제 입에 구종노릇하던 어제는 진정 잘못된 일임을!
배는 흔들흔들 고향을 바라 가벼이 떠가는데,
바람은 한들한들 옷자락을 헤치네.
예서 고향까지 얼마나 남았을까,
나그네 붙잡고 남은 길을 물어 가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닿긴 글렀는가?
새벽 빛이 어느새 어둑어둑 지니
서운한 마음 말이 아니네.
이윽고 낯익은 저기 저 허술한 대문과 오두막집!
어찌나 기뻤던지 한숨에 뛰어갔다.
심부름꾼 사내아이는 반가워 어쩔 줄 모르고,
어린 것들은 날 기다려 문에 서서 초조하다.
정원을 둘러보니 황폐해 가고 있는
세 갈래 작은 길!
하지만 소나무 국화는 날 보란 듯
푸르름을 자랑하며 꿋꿋이 서 있네.
어린 것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언제 벌써 빚었던가!
항아리에 술이 가득하네.
술항아리 옆에 끼고 잔 끌어다 혼자서 잔질하고,
정원에 우거진 나뭇가지를 둘러보니
얼굴에 가득 기쁨이 넘실거리네.
세상에 거리길 게 무어람!
햇빛 밝은 남녘창에 기대어 버젓이 앉았으니,
이제야 참으로 알겠구나!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요 작은 집인데도
벼슬살이보다 그 얼마나 마음 편안한가를!
날마다 정원을 거니니,
거닐수록 멋이야 더욱 새로워라.
문이야 달아놓음 무얼 하나!
찾아오는 사람 없이 언제나 굳게 잠겨져 있는 것을!
지팡이에 늙음을 의지하여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가끔 머리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다.
구름은 무심히 산굴 속을 돌아 나오고,
새도 날기에 지쳤는가,
제 집으로 돌아올 줄 아는고야!
햇빛은 어둑어둑 서산에 떨어지려는데,
한 그루 소나무의 푸르른 그 절개, 내 마음인양
어루만지고 어루만지며 발길 차마 못 떼네.
돌아가리라!
돌아가고파 돌아왔는데 다시 미련을 두랴!
이제부터는
세상 사람들과 교제를 끊고 놀지도 않으리라!
세상은 나를,
나는 세상을 이렇게 서로 잊었는데
여기서  
다시 수레에 멍에 매어 무얼 찾으러 달리겠는가!
참마음을 주고받는 친척들과의 정다운 이야기!
이것만이 내 기쁨이요,
거문고와 책, 이것만이 내 즐거움이라,
온갖 시름 다 실어 보내네.
농사꾼이 내게 와 봄이 왔다 일러주니,
나도야 서쪽으로 밭갈이 가야겠네.
어느 때는 헝겊 씌운 수레 타고
험한 산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 달리고
어느 때는 외로운 배 한 척 띄워서
깊은 골짜기 시냇물을 찾아드네.
산에는 나무마다
봄이 즐거워 마음껏 부풀어 오르려 하고,
얼어붙었던 샘물도
봄소리에 녹아 졸졸졸 흐르기 시작하네.
때를 얻어 흥겨운 만물을 부러워하며
갈수록 가까워지는 내 인생의 저 끝 무덤을 느끼네.
다 그만두어라!
이 몸이 세상에 몸 붙여둘 날이
앞으로 몇 해나 되겠기에,
남은 인생에 내 어찌 마음대로
자연의 죽고 삶에 맡기지 않겠는가?
무엇 때문에 서둘러 이제 다시
무엇을 찾으러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임금 계신 서울이야 바라지도 않는 일!
따뜻한 봄이 오면 혼자서 동산을 거닐기도 하고,
어느 때는 지팡이를 밭에 꽂고
김 매고 북도 돋우어 주리라.
또 어느 때는 동녘 언덕에 올라
조용히 시를 읊어도 보고,
맑은 시냇가를 따라 시를 지으며 세월 보내리라.
조화의 수레를 타고서
이 생명 다하는 그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마음껏 즐길 뿐,
여기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고 주저하랴
!



+++++++++++++++++++++++++++++++

에머슨이 말하길
-부는 마음을 자연에 적응시키는 일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결코 근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절약에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다 나은 자연의 순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순리대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는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죽음이란
항상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리대로 사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학창시절 왜 귀거래사를 읽게 하였을까?
고귀한 성품을 갖추라고 그러하였을까?
마음을 도에 맞게 사용하라는 뜻에서 읽혔을까?
너무 어릴 적 읽었다는 생각뿐입니다.

 

 

 

 

 

 

 

 

 

 

출처 고문진보(예지원)


 

'삶의 지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을 위하여 / 최 봉  (0) 2005.07.29
눈물연가 / 나혁채  (0) 2005.07.28
살아있는 날은  (0) 2005.07.26
생각을 지우며 / 김성봉  (0) 2005.07.21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라  (0) 200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