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사기그릇 가게에 들어간 황소처럼 막무가내로 날뛰는 왕의 이야기

박남량 narciso 2018. 10. 3. 13:10


사기그릇 가게에 들어간 황소처럼 막무가내로 날뛰는 왕의 이야기



소포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안티고네>를 썼습니다. 리더십의 딜레마와 함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이야기는 힘이라는 주제에 관한 통찰력을 키워줍니다. 힘이 무엇이고 리더가 힘을 어떻게 써야 하며, 리더가 힘을 남용하거나 잘못 이해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알려줍니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도시국가 테베의 공주다. 오빠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도시를 놓고 벌인 전투에서 서로를 죽이자 왕위에 오른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를 고향과 가족에 대한 배반자라고 부르며 장례를 치러 줄 가치가 없다고 그의 매장을 금지한다. 그리고 병사들을 보내 시신이 그대로 썩도록 지키라고 명령한다.

크레온의 판결이 하늘의 뜻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직접 묻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여동생 이스메네에게 계획을 털어놓았는데, 이스메네는 왕의 명령에 불복하면 처형당할 거라며 하지 말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오빠를 묻어 주지 않고 그냥 두는 수치와 사악함 편에 서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크레온은 명령을 거역한 안티고네를 현장에서 붙잡아 산 채로 동굴에 가둬 죽이는 형을 내린다.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은 자비를 청하며 테베의 시민들이 그녀의 편이며 맹목적으로 고집부리는 아버지를 비난한다고 말한다.

도시의 장로들도 하이몬의 편에 서서 공주를 풀어 달라고 청하지만, 크레온은 자신의 판결이 옳다고 고집한다. 의회의 말을 거부하면서 그는 점점 더 가족과 조언자와 백성들로부터 고립되고, 자신의 파국으로 한 걸음씩 다가간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크레온에게 마음을 바꾸고 안티고네에게 내린 형을 취소하라고 설득하지만 이미 늦었다. 일이 벌어졌다.

크레온은 통치자의 힘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죽이거나 없애는 능력에 있다고 믿은 것 같다. 인티고네가 물었다.
"저를 잡아 처형하는 것 외에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크레온은 이렇게 답한다.
"아무것도 없다! 그 일만 해치우면 나는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이다."


조슬린 데이비스(Jocelyn Davis)의 <The Greats on Leadership(인문학 리더십)>에 정치의 힘에 대한 작품으로 소개되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이야기입니다. 크레온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 자신의 지위와 테베의 공주이자 곧 크레온의 며느리가 될 안티고네가 이의를 제기하는 자신의 힘을 혼동한 것입니다.

크레온은 자신의 명령이 올바르고 자신에게는 그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으며 그것에 불복하는 사람은 누구든 사형당할 만하다고 확신합니다. 또한 크레온은 자기 명령을 거역하는 사람은 오로지 한 가지 이유, 바로 탐욕 때문에 그럴 거라고 추정합니다. 크레온은 리더가 꼭 피해야 하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가 해야 하는 일이고, 그의 지위가 그에게 부여한 권리이고, 그가 실제로 하거나 지시할 수 있는 힘이라고 혼동을 한 것입니다. 왕이 할 수 있는 일이 백성을 없애는 것뿐이라면 그게 뭐 그리 대단한 힘이겠습니까?

"자, 안티고네여, 내게 짧게 핵심만 말해라. 나는 네 행동이 칙령에 어긋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
"네, 당연히 알고말고요. 공개적인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감히 칙령을 거역했단 말이냐?"
"네, 그 칙령은 제우스께서 정한 것도 아니요, 그 아래에서 인간을 위해 법을 정하시는 정의의 여신께서 정한 것도 아니요. 폐하의 칙령에.....신의 법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에 크레온의 처, 아들, 아들의 약혼녀까지 모두 죽고 테베 사람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립니다.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안티고네가 옳았습니다. 크레온의 칙령에 진정한 힘이 없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