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문화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 이야기

박남량 narciso 2008. 12. 8. 12:53

 


사군자의 하나인 국화 이야기

            국화는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피는 시기에 따라 여름에 피는 하국
            가을에 피는 추국, 겨울에 피는 동국으로
            나누기도 하는 국화는
은군자 또는 중양화라고도 한다.
            옛 선비들은 국화가 봄이나 여름에 뭇꽃들이 피는 때를
            피하여 가을에 서리를 맞으며 홀로 피는 모습을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에 비유하였다.
            국화의 생산지는 중국이다.
            그래서 국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나 관념은
            일찍이 중국에서 형성되었다.

            
9월 9일은 중양절이라 하는 명절이다.
            중양절은 제비가 돌아가고 기러기가 돌아오는 날이다.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셔서
            재액을 떨쳐 버리고 장수를 비는 풍습이 남아 있다.

            중국 후한 때 여남 지방에 항경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스승이 그를 불러 놓고 중양절을 조심하라
            그 날 너에게 액운이 닥치겠구나 하고 일렀다.
            그날 액운을 피하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면 액운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하여
            국화주를 담아 가지고 높은 산에 가서
            하루를 보내고 저녁 때에야 마을로 내려 오니
            집에 있는 가축이 전부 죽어 있었다.
            스승에게 달려가서 사연을 물으니 스승이 말하길 
            운수는 피해갈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
            네 대신 가축들이 화를 입은 것이니라 하였다.

            그리고 또다른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중국 남양의 여현에는 감곡이란 강이 있었다.
            이 강의 하류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장수를 누렸다.
            이는 강의 상류에 국화가 많이 피어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국화에서 떨어지는 이슬이 강물에 섞여 하류로 흘러왔고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이 장수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사람들은 중양절이면
            재액을 피하고 장수한다고 하여 산수 좋은 곳으로 나가
            국화꽃을 감상하고 국화주를 마시곤 하였다.


            우리 나라에서도 국화와 관련된 풍습이 많다.
            봄에 돋아 난 국화의 싹은 나물로 무쳐 먹었으며
            여름에 자란 잎은 기름에 튀겨 먹었다.
            그리고 가을에는 꽃을 따서 찹쌀가루를 묻혀
            국화전을 부쳐 먹었으며
            국화로 화채를 만들어 조상께 바치는 풍습도 있었다.
            겨울에는 국화로 술을 빚었다고 하는데

            이 술이 불로장생주라고 한다.

            그리고 국화를 따다가 말려서 베개에 넣으면
            골치가 아픈 바푸머리가 낫는다고 했다.
            국화는 불로장수를 가져다주는 신령스런 꽃으로 여겨
            기국연년(杞菊延年) 또는 송국연년(松菊延年)
 이라는
            축수를 붙여 장수화로서 환갑이나 진갑 등의 잔치상에
            헌화로 사용하였다.
              

            국화가 우리나라에 언제 소개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시대의 강희안의 양화소록에서
            고려 충숙왕 때 중국의 천자가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도연명이 항상 국화를 뜰에 심어 두고
            즐겼다고 하여 국화를 사랑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주돈이(주무숙)는 애련설에서
            국화지은일자야(菊花之隱逸者也 )라 하여 국화를
            속세를 피해 은둔하는 선비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소동파도 국잔유유오상지(菊殘猶有傲霜枝)라
            국화는 서리에 거만한 가지를 남겨 가진다고 읊었다.

            우리의 선인들도 국향에 취해 필묵으로 정취를 새겼고
            해동가요에 실린 이정보의 시조에서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춥고 쓸쓸한 계절이라는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읊으며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라고 하여
            아마도 오상고절(傲霜高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하였다.
            그래서 국화를 일컫어 오상고절이라고 한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인 국화는
            평화와 풍요에서 오는 부를 표상하며
            노동의 결실에서 오는 거룩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국화가 장례식 때 이용되는 이유도
            죽은 자의 평화로운 휴식을 기원한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국화가 왕실의 문장으로서
            존엄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 나라 무속에서도 당굿을 할 때에
            국화를 조화로 만들어 사용하는데 국화가 장수와
            번영의 선약(仙藥)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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