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빈녀음(貧女吟)

박남량 narciso 2017. 2. 13. 10:50


빈녀음(貧女吟)

                                                                               - 허난설헌(許蘭雪軒)




豈是乏容色 (개시핍용색)
工鍼復工織 (공침복공직)
少少長寒門 (소소장한문)
良媒不相識 (양매불상식)

얼굴 맵시야 어찌 남에게 떨어지리오 / 바느질 길쌈 솜씨 좋은데 /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난 탓에 / 중매쟁이는 나를 몰라주누나

不帶寒餓色 (부대한아색)
盡日當窓織 (진일당창직)
唯有父母憐 (유유부모련)
四隣何會識 (사린하회식)

춥고 굶주려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 하루종일 창가에서 베만 짠다네 / 오직 내 부모님만 가엾다 생각할 뿐 / 그 어떤 이웃이 이내 속을 알아 주리오.

夜久織未休 (야구직미휴)
軋軋鳴寒機 (알알명한기)
機中一匹練 (기중일필련)
綜作何誰衣 (종작하수의)

밤이 깊어도 짜는 손 멈추지 않고 / 짤깍짤깍 차가운 베틀소리 / 베틀에 짜여가는 이 한 필의 비단 / 누구 옷이 될지 모르는 이 비단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年年還獨宿 (년년환독숙)

손으로 가위를 잡느라고 / 밤은 추운데 열 손가락 곱아온다 / 남을 위해 시집갈 옷 짜고 있지만 / 해마다 나는 홀로 잠을 잔다오

조선조 여류 문학을 대표하는 여류 시인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의 빈녀음(貧女吟)은 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로서  단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시집을 못가는 여인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가난하니 길쌈하고 바느질 해서 생계를 보태야 하지만 시집을 가지 못해 나이만 든다. 길쌈, 삯바느질로 밤 깊은 줄도 모르고 추운 밤에 수고하는 어느 여인의 정한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시(詩)는 동변상련의 심정으로 그녀들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대의 사회적인 현실문제를 비판적으로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1행과 2행에서는 자신은 가난 때문에 혼인도 못하는 처지이면서도 생계를 위해 겨울 밤 바느질의 괴로움을 노래하고 3행과 4행에서는 남을 위해 추운 밤을 새워 손끝이 시려도 바느질해야 하는 여인의 처지와 자신의 불우한 삶을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여성들은 일에 묻혀 편안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옛 우리 선조여성들을 생각할 때 현대여성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어려서 가난 속에서 자라 고운 님 모실 길 없고 밤 깊도록 짜고 또 짜네. 자신은 가난 때문에 혼인도 못하는 처지이면서도 생계를 위해 밤이 깊어도 베를 짜는 것을 멈출 수 없고 짤깍짤깍 차가운 베틀소리 틀 속에 짜지는 한 필 비단 누구 옷이 될지 모르는 이 비단 손에 가위를 잡으면 추운밤 꼿꼿한 열 손가락 시집갈 여인의 옷을 지어주며 바느질해야 하는 여인의 처지를 보여줌으로써 불평등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그림은 김홍도의 길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