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민들레 / 배찬희 꽃시

박남량 narciso 2008. 7. 25. 16:57

 

 

     민들레



     배 찬 희



     바람의 목소리로만 이야기하리라 

     태양의 오랜 갈증으로만 사랑하리라 

     죽음조차도 조객을 부르지 않는 

     그 결벽함으로 고백하노니 민들레 

     향기를 잃고 손님을 잃어버린 

     죽어서 더욱 빛나는 네 이마 위에서 

     순결을 보았노라 민들레 

     제 무덤까지도 마셔버리는 

     그 냉정함으로 울어대는 산새처럼 

     이젠 더 이상 슬프게 노래하지 않으리니 민들레 

     바람에 날려 방향 잃은 

     한 마리 십자매로 

     내 집에 네 둥지를 틀어다오.


     애장을 파먹고 미쳐버린 여우처럼 

     온 산 누비며 달아난 곳 

     네 온기가 남아 있는 

     불빛 홀연한 토담집 꽃 밭 

     눈 맑은 소녀의 손 끝에서 

     수줍게 다시 피어나는 

     요절한 시인의 숨결.

  

 

     배찬희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였다.
     언어에 대한 참신한 감각과 뛰어난 기법으로
     언어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시를 쓰고 있다는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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