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무엇을 안다고 합니까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11. 11. 13:28

무엇을 안다고 합니까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중국 고대 송(宋)나라 때 재상인 마지절(馬知節)은 서화(書畵)에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금(古今)의그림을 수집하여 감상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당나라 때 이름난 화가였던 대주의 작품 '투우'라는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이 그림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그림에 습기가 찰까 봐 틈만 나면 마루에 펴놓고 말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농부가 소작료를 바치러 그 집에 왔다가 먼발치에서 그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무식한 농부가 그 그림을 보고 웃자 화가 난 마지절(馬知節)은 그를 불러 세우고는 물었습니다.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웃느냐?"

"그 그림을 보고 웃었습니다."

"이 그림은 당나라 때의 대가인 대주의 그림이다. 감히 네까짓 게 그림에 대해 무얼 안다고 함부로 웃는 것이냐?"

마지절(馬知節)이 불같이 화를 내자 농부는 겁에 질려 고개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저 같이 무식한 농부가 뭘 알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소를 많이 키워 보았기 때문에 이상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마지절(馬知節)은 궁금해서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이냐?"

농부는 마지절(馬知節)에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소들은 싸울 때 뿔로 상대편을 받으며 공격하지만 꼬리는 바싹 당겨서 사타구니에 끼웁니다. 그럴 때는 힘센 청년이라도 그 꼬리를 끄집어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소들은 싸우면서도 꼬리가 하늘로 치켜 올라가 있으니 말이 되지 않아 웃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마지절(馬知節)은 얼굴을 붉히더니 갑자기 그림을 찢어 버리며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대주는 이름난 화가이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보다도 더 무식했구나. 이런 엉터리 그림을 애지중지한 내가 부끄럽다."


이 이야기는 모두가 무식하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무식한 분야가 다를 뿐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잘 살피라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우둔한 자에게 그 어리석음에 맞추어 대답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지혜로운 줄 안다.(잠언 26,5)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 집착을 하게 되면 누군가 확실히 깨우쳐주지 않고서는 자신의 사고를 바로잡기는 어렵습니다. 송(宋)나라 재상 마지절(馬知節)도 무식한 농부가 아니었다면 엉터리 그림을 두고 애지중지했을 것입니다. 내가 정말로 아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단지 기억하고 있을 수가 있습니다.
<사진: 감천 서방파제에 담은 등대와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