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말이란 참으로 무섭다

박남량 narciso 2014. 10. 20. 09:07


 



말이란 참으로 무섭다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는 각축전이 몹시 심했다. 
              그래서 서로가 신의를 지키겠다는 뜻으로
              태자를 상대방의 나라에 보내어 인질로 삼았다.

              위나라의 대신 방충은 조나라의 인질이 되기 위해
              떠나는 태자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는 출발에 앞두고 위왕에게 간절히 물었다.
              『왕께서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시장바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위왕은 믿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방충이 다시 물었다.
              『만약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위왕이 대답했다.
              『아마 반신 반의하게 될 것이다.』


              『그럼 만약 세 번째 사람이 와서 시장바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찌 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믿겠네.』


              그러자 방충이 말했다.
              『시장바닥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세 사람씩이나 같은 말을 하면
              시장에 틀림없이 호랑이가 나온 것처럼 여겨집니다.
              저는 지금부터 조나라의 수도 한단으로 갑니다만
              한단은 여기에서 시장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멉니다.
              제가 떠난 뒤 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세 사람뿐이 아닐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부디 밝게 헤아려 주시옵소서.』


              위왕은 그제서야 방충의 말뜻을 알아듣고 대답했다.
              『모든 것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염려 말고 태자를 잘 보필하게.』


              훗날 인질이 풀려 돌아온 사람은 태자뿐이고
              방충은 왕의 의심을 받아 위나라로 돌아오지 못했다.

              말이란 참으로 무섭다.
              말이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고
              그 유(有)를 지극히 그럴 듯하게 착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