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무상(無常)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20. 9. 20. 18:09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무상(無常)입니다



부처님 당시 인도 코살라국의 수도 사위성에 크리샤 가우타미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결혼해서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겨우 아들 하나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걸음마를 떼고 한창 재롱을 부리던 나이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가우타미는 죽은 아들을 끌어안고 사위성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친 듯이 외쳤습니다.
누가 이 아이를 살려낼 약이 없습니까?”

아기의 시신은 부패하기 시작하여 냄새가 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아이를 끌어안고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이제까지 웃음 짓던 아들이 오늘은 싸늘한 시신으로 변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의 이별, 결코 원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피할 수 없이 겪어야 하는 무상한 세상의 한 단면입니다.

몇 날 며칠이 지났지만 약을 지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인이여, 내가 그 약을 지어주겠노라며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석가모니였습니다.

석가모니는 가우타미에게 약의 원료가 되는 겨자씨를 얻어오라고 했습니다. 겨자씨는 흔한 조미료였기 때문에 어느 집에나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죽은 자가 한 사람도 없는 집에서 얻어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우타미는 사위성 골목골목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었습니다.
당신 집에는 죽은 사람이 없습니까?”
정신 나간듯 이집 저집 찾아다녔지만 가까운 사람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낸 적이 없는 사람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가우타미에게 석가모니가 물었습니다.
가우타미여, 아직도 겨자씨가 필요하느냐?”
아닙니다. 이제 필요 없습니다.”

마침내 가우타미는 아이의 시신을 내려놓고는 아이의 장례를 치르고 출가했습니다. 그러고는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무상(無常)이란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과 주위를 둘러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합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가우타미에게 석가모니는 눈이 번쩍 뜨이는 질문을 던집니다. “아직도 겨자씨가 필요하느냐?” 실로 캄캄한 무지를 일깨우는 천금 같은 한마디입니다. 가우타니는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이제 필요 없습니다.” 이 대답에서 우리는 무상을 초월한 가우타미를 봅니다. 누구나가 가까운 사람을 죽음으로 떠나보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상에서 초월하는 지혜를 얻은 것입니다. 이 지혜를 불교에서는 반야(般若)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