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대상을 보지 말고 그 안의 질서를 보십시오

박남량 narciso 2017. 7. 19. 19:15


대상을 보지 말고 그 안의 질서를 보십시오



어떤 개념은 실체의 이정표지 반영이 아닙니다. 그러나 동방의 현자가 "만약 현인이 달을 가리키면 미련한 사람들이 보는 것은 달이 아니라 그 손가락이다."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깨달음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가리켜지는 달을 보는 것도 아닙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보는 것입니다.

어느 날 밤 비틀 비틀 술에 취해 다리를 건너가던 취한(醉漢)이 우연히 친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난간에 기대어 서서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 취한(醉漢)이 난간 아래를 가리키며 문득 물었습니다.

"저 밑에 있는 것이 무엇이지?"

그러자 다른 취한(醉漢)은 눈을 비비며 다시 한번 난간 아래를 내려다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습니다.

"좋아, 좋다구, 하지만 대체 내가 어떻게 이 위에 올라오게 된 거지?"

우리는 거의 실체를 보지 못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말과 개념으로 된 그것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실체 자체로서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대부분이 정신적인 산물일 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깨달음은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도 역시 그 관계의 그물에 잡혀있음을 보고 퍼뜩 정신 차리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성경에서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혜를 산다 해도 깨달음이 없으니 우둔한 자의 손에 돈이 있다 한들 무엇하랴?"(잠언 17,16)<꽃사진: 가을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