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낭비하려는 욕망에 마음의 곤장을 준비해 두면 어떨까요

박남량 narciso 2017. 7. 26. 12:27


낭비하려는 욕망에 마음의 곤장을 준비해 두면 어떨까요



사회 일각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졸부가 되었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권력을 잡고 치부하는 이들을 은근히 부러워하고 나도 그래 봤으면 하는 이들이 없지 않아 그래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졸부나 부패분자를 철저히 멸시하고 규탄하는 분위기만이 땅에 떨어진 이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예전육조(禮典六條) 興學(흥학)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강진의 아전 채모(蔡某)가 겨울에 초피(貂皮 돼지가죽)로 요강을 싸서 장식했다. 요강의 구리쇠가 겨울에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암행어사 이이장(李彛章)이 그 집에서 자다가 그것을 보게 되었다.

그 다음날 조사해서 목을 베어 군중 앞에 내거는 형벌인 효시(梟示)의 영을 내리고, 혼을 내주려고 북을 크게 세 번 울리니 귀가 뚫어지는 듯하고 죄수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였다.

"宮室車乘衣服器用(궁실거승의복기용)  其僭侈踰制者(기참치유제자)  悉疑嚴禁(실의엄금)
 가옥, 거승, 의복, 기물이 신분에 넘치게 사치스럽고 기준을 넘어서는 것은 모두 마땅히 엄금해야 한다."
*해당 법률은 곤장 100대에 처하는 것이다. 아전과 벼슬 가진 자도 같다.

효시(梟示)에 처할 장소 곧 법장(法場)에 이르러서는 아전을 풀어주고 다만 해당 법률만을 적용하여 곤장 백대를 쳤다. 이 고장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이이장(李彛章)은 조선조 숙종 29년에서 영조 40년까지 사신 분으로 본관은 한산(韓山), 고려말의 충신 이색(李穡)의 후손입니다. 이분이 강진에 암행어사로 갔는데 마침 유숙하던 집의 채모(蔡某)가 요강에다 초피(貂皮 돼지가죽)를 씌우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으니 그냥 놔둘 수가 없었습니다.

자세히 조사해 보니 아전 주제에 사치하기 짝이 없어 마침내 영을 내린 것입니다. 북을 크게 세 번 울리고 그를 효시(梟示)하라고. 백성들은 크게 놀라 저자거리에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간밤까지도 호화 사치를 누리며 오만 방자하던 채모(蔡某)는 귀를 뚫리고, 얼굴에는 재가 칠해진 채 저자거리에서 조리 돌려졌습니다.

채모(蔡某)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침을 뱉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지는 않은 사람일망정 그를 측은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일개 아전의 신분으로 요강을 초피(貂皮)로 싸서 사용할 정도로 호화 사치를 부렸다면 수령과 한 통속이 되어 백성들을 착취했음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암행어사는 그러나 정작 그의 목을 베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조리 돌림을 당한 후 형장으로 돌아오자 곤장 백대를 쳐서 돌려보낸 것입니다. 전남 강진에서 이 일이 있었던 것은 조선조 영조 때의 일이었는데 그후 다산(茶山)이 이곳에 귀양 가 있던 순조 때까지도 그 소문이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양반중심의 봉건사회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오늘날은 이를 지나친 사치 향락을 자제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여야 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일을 거울삼아 자신의 나태한 마음, 낭비하려는 욕망에 언제나 곤장을 준비해 두면 어떨까요? 마음의 곤장 말입니다. 박서림의 <한여름밤의 고전 산책>에서 인용 편집하였습니다.

성서에도 재물을 욕심내는 것은 모든 악(惡)의 뿌리라는 말씀과 "탐욕은 우상 숭배"(콜로 3,5)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1티모 6,10)<꽃사진: 플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