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극락에 살고 있습니까? 지옥에 살고 있습니까?
도인 한 사람이 외딴 산속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도인은 그곳이 바로 극락이라고 늘 말했습니다. 실직한 거사 한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그곳를 찾았습니다.
그곳에 당도하자 온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마침 산사 입구 바로 옆 대나무 숲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세파에 시달린 그의 마음까지 씻어 내렸습니다. 밤이 되니 낙락장송 사이로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솟아오르고 맑은 시냇물 소리가 귓가를 즐겁게 했습니다. 거사는 함께 살기를 간청했고, 도인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그곳 하루의 일과는 이랬습니다. 새벽 3시에 기상하여 예불하고, 좌선, 하루 세 끼 식사는 스스로 만들어 먹고, 설거지는 물론 밭에서 야채도 길러야 했습니다. 마당과 밭에는 웬 잡초가 그리도 많이 나는지, 땡볕에서도 일을 해야 했고,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에 맞춰 예불하고, 좌선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한 달 두 달 살아가는 사이, 똑같이 생활하는 도인은 늘 유쾌하게 사는데 거사에게 그곳은 생지옥이었습니다. 산사의 그윽한 정취는 어디에도 없고 뼛속을 저미는 하루 일과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거사는 석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면서 산사를 떠났습니다. 도인에게는 더할 수 없는 극락이었지만 거사에게는 견디기 힘든 지옥이었던 것입니다.
산속의 그곳을 도인과 거사는 각각 극락이라고 하고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같은 곳이 도인에게는 극락인데 거사에게는 지옥입니다. 그곳이 진짜 극락이라서 극락으로 느껴질까요? 진짜 지옥이라서 지옥으로 느껴질까요? 물론 아닙니다. 극락이라고도 지옥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극락이 곧 지옥이요, 지옥이 곧 극락이다.” 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不二(불이) 서로 별개가 아니므로 즉 ‘둘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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